'신 아편전쟁'…미국-중국, 마약류 유통 책임 공방
美 "마약성 진통제, 중국서 밀수돼" vs 중 "책임 떠넘기지 말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 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유통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 아편전쟁'을 방불케 하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31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헤로인, 펜타닐 등의 마약류가 우편을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도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최근 2년간 중국은 8억 달러에 달하는 펜타닐 약품을 불법으로 미국 고객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펜타닐은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 약물로, 미국의 20∼30대 사이에서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료당국은 펜타닐 등의 남용으로 매년 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약물과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도 중국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영국 마약 단속 책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유입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 가디언은 지난 27일 영국인들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웨이쿠'(weiku.com)에서 펜타닐을 쉽게 살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의 마약 단속 책임자인 위하이빈(于海斌)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 1g의 펜타닐도 불법으로 유통된 적이 없으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도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펜타닐 원료 등을 생산하는 기업은 5곳으로, 지난해 생산량은 24.26㎏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상당량은 중미와 북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이를 중국에서 유입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중국은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도 펜타닐 불법 유통에 대한 합동 단속을 전개하기도 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청(HSI)과 중국 마약 당국은 지난해부터 공조해 단속을 벌여 펜타닐을 미국으로 온라인 판매하려는 일당을 검거해 이 가운데 21명을 기소하고, 2천만 정의 펜타닐 밀수를 막았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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