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머스크, 연료비 절감 '21세기형 돛단배' 시험
선박에 풍력 활용하는 원통 세워 최대 10% 절감 목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 탱커스가 선박들의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풍력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머스크 탱커스는 자사의 화물선 1척에 100피트 높이의 회전형 원통들을 설치해 실용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대 10%의 연료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험이 성공적이면 수십척의 선박들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원통은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돛의 역할을 담당한다.
원통 주변에서 공기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압력 차가 발생해 압력이 낮은 방향으로 물체를 밀어주는 이른바 마그누스 효과에 착안한 것이다.
이번 시험은 핀란드 기업인 노르세파워와 글로벌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 영국의 에너지기술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설치 비용은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척당 100만∼200만 유로(약 13억∼26억원)가 소요된다.
현대 선박에 풍력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비용이 너무 높거나 예상한 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해운회사들의 외면을 받았을 뿐이다.
올해 들어 선박 연료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30%가 오른 데다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해운업계가 청정 연료 사용을 모색해야 하는 사정임을 감안하면 풍력 활용 시도는 일단 시기적으로 적절한 셈이다.
머스크 탱커스의 토미 토마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5년간 연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취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풍력 활용 기술의 실용성이 입증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는 우리의 총비용에서 대략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기술은 연료 소비를 7∼10%가량 줄일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마센 CTO는 현재까지 시험 성과는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수일 내에 이뤄질 실제 항해에서 연료비 절감이 입증되면 80척의 중대형화물선에도 회전형 원통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전형 원통은 지난 2014년부터 네덜란드의 해운회사 보레가 운영하는 페리선에 사용되고 있고 올해 4월에는 바이킹 라인 크루즈선에도 설치된 바 있다. 보레측은 예상보다 운용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