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소도시 뒤흔든 이주민 갈등…축제중 불상사에 찬반세력 충돌
동부 도시 켐니츠…흉기 살해 용의자로 중동 출신 체포 발단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독일 동부에 있는 인구 25만 명의 작은 도시가 이주민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세력 간에 이틀 연속 충돌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약 190㎞ 떨어진 작센 주 켐니츠에서는 27일(현지시간) 약 2천 명의 우파 성향 시위대가 자신들에 반대하는 약 1천 명의 맞불 시위대와 충돌했다.
양측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상대에 병과 돌멩이 등을 던지면서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시위는 전날 극우단체 주도로 시위가 벌어진 후 이틀 연속 벌어진 것으로, 경찰이 물대포까지 배치하며 미리 대비했으나 충돌을 막지는 못했다.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이번 시위는 전날 오전 3시 15분께 거리 축제 참가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져 35살 남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게 발단이 됐다. 당시 30대인 다른 두 명의 독일인 남성도 크게 다쳤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23살의 시리아인과 22살의 이라크인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지역의 반이민 및 반외국인 감정에 불을 붙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싸움이 한 여성에 대한 성희롱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낮이 되면서 켐니츠 중심가로 약 800명이 모여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모인 데다 분위기가 격앙돼 있어 바짝 긴장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민자들을 배격하기 위한 극우의 구호인 '우리가 국민이다'를 외치고 경찰을 향해 병을 던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맞불 집회도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독일인 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병을 던졌다거나 외국인들을 추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시위는 다음 날인 27일에도 벌어졌고, 그 규모는 배 이상으로 커졌다.
반난민·반이슬람을 대표하는 우익단체인 '페기다'와 극우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의원이 시위 참여를 독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AfD의 마르쿠스 프론마이어 의원은 "국가가 더이상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판 자이베르트는 거리에 증오를 퍼트리고 다른 나라 출신을 괴롭히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 정부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이를 규탄한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지난 25일에는 같은 주의 드레스덴에서 극우세력 집회가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시위대 일부는 취재진을 공격했으며, 수백명이 참가한 맞불 집회도 벌어졌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이주를 희망하는 수십만 명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결정을 한 이후 반이민 및 반외국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고 극우세력은 세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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