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전략물자' IC칩 122억어치 중국·홍콩에 밀수출

'미국산 전략물자' IC칩 122억어치 중국·홍콩에 밀수출
검찰, 반도체 수출업체 대표 등 18명 적발…방산납품 명목으로 들여와 되팔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산 IC(집적회로)칩을 국내에 납품한다며 들여와 중국과 홍콩에 몰래 되판 반도체 수출업체 대표와 유통업체 직원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불법 수출된 IC칩은 각종 무기의 제조·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IC칩을 외국에 불법 수출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반도체 수출업체 대표 안모(4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또다른 수출업체 대표 양모(46)씨와 유통업체 직원, 수출업체 법인 등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2011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T사와 A사가 생산한 IC칩을 국내 방산업체 등에 납품한다며 들여오고 나서 정부 허가 없이 중국과 홍콩에 다시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 등은 미국산 전략물자를 직거래할 수 없는 중국·홍콩의 반도체 업자들에게 국내 공급가보다 비싼 값에 IC칩을 내다 판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불법 수출한 IC칩은 모두 19만여 개로 시가 합계 122억여 원에 달한다.



수출업체 대표들은 미국 제조업체의 국내 영업직원들에게 미국에서 들여온 IC칩의 국내 납품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단가를 낮춰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씩 뒷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도 받는다.
안씨의 경우 유통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뒷돈 8천200만원을 챙긴 뒤 2014년 11월부터는 수출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홍콩에 37억원 상당의 IC칩을 불법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으로 수출된 IC칩은 방사능과 극온에 견디는 고성능 제품으로 레이더나 군사통신 설비에 사용될 수 있고, 제품 사양서에도 군수용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사회는 적성국가나 테러단체의 전략물자 확보를 막기 위해 국제수출통제체제를 갖추고 있다. 문제가 된 IC칩은 한국을 포함해 40개국이 가입한 바세나르체제(WA)에 따라 수출통제를 받는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통제대상으로 지정한 1천400여개 품목을 전략물자로 고시하고 수출할 때 통일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최장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 가격 5배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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