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인권조례 재제정 추진…'동성애 논란 조항'은 삭제
한국당 주도로 폐지된 지 110일 만…시민단체 "일부 후퇴에 아쉬움"
(예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폐지됐던 인권조례 재제정을 추진한다.
다만 동성애 옹호 논란이 제기됐던 일부 조항은 삭제하기로 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의회는 이공휘(더불어민주당·천안4)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 인권 기본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5월 9일 제10대 도의회가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한 지 110일 만이다.
충남인권조례는 도민의 보편적 인권보호를 위해 2012년 5월 만들어진 조례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제정, 시행해 왔다.
하지만 제10대 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안을 발의,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 4월 3일 재의안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어 지난 5월 9일 도의회 의장 직권으로 폐지를 공포함에 따라 충남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권조례를 폐지한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지난달 출범한 제11대 도의회에서 폐지를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 소속 유병국 도의회 의장이 인터뷰 등을 통해 인권조례 재제정 당위성을 수차례 강조한 데 이어 정의당 이선영 의원이 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한 의정 토론회를 여는 등 폐지된 인권조례를 되살리려 노력해왔다.
이공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과 이종화 부의장 등 자유한국당 의원 4명 등 10명이 발의에 참여한 새로운 인권조례는 인권 보장·증진 정책 시행을 위한 인권센터의 운영에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 인권센터 내에 10명 이내 합의체 형태로 구성된 '도민인권보호관'을 신설, 인권침해 등 사안이 있으면 직권으로 조사해 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8조 1항에 있던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내용을 담은 기존 조항은 삭제했다.
해당 조항은 한국당과 보수 기독교 단체가 문제 삼았던 부분으로, 보수단체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단체는 도민 인권선언에 "충남도민은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돼 있어 도지사가 인권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민단체는 인권조례 재제정 추진을 반기면서도 인권선언의 기본정신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진숙 충남인권교육활동가 모임 '부뜰' 대표는 "인권조례 재제정 시도를 환영한다"면서도 "제8조 1항을 삭제함으로써 도지사의 인권선언 이행에 대한 책무성을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인권기구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 조례 심의 과정에서 수정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공휘 의원은 "신설된 조례에 '충남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의 정신과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4조 1항)는 조항을 삽입해 인권선언의 정신을 담아냈다"며 "정의로운 충남을 위해 폐지된 인권조례가 새롭게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조례안은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제306회 임시회에서 심의된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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