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고개 숙인 고수온…수산과학원 "태풍에 상승 동력 잃어"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한 달 이상 이어진 연안 고수온이 잇따른 태풍으로 결국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27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후 3일의 수온을 비교한 결과 제주도는 4도 이상, 서해 남부와 남해 서부 연안은 대체로 1~2도 정도 내려갔다.
전남 목포와 완도(청산도) 연안 수온은 지난 20일 각각 27.6도와 28.0도에서 26일에는 26.3도와 24.7도로 하락했다.
서제주 연안 수온은 같은 기간 28.0도에서 19.6도로 8.4도나 내려갔다.
동해 연안에서도 뚜렷한 수온 하강추세가 나타났다.
경북 울진 온양의 수온은 26.7도에서 22.9도로, 경주 월성은 27.3도에서 25.0도로, 부산 기장군 고리는 26.8도에서 18.0도로 내려갔다.
경북 포항~부산 연안은 냉수대의 영향으로 25일 수온이 14~15 도선까지 급격히 떨어지기도 했다.
남해 동부(경남 남해~부산) 연안과 전북 득량만, 충남 천수만의 수온은 태풍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0.5~1도가량 내리는 데 그쳤다. 남해군 강진의 경우 27.6도에서 27.8도로 되레 상승했다.
2012년 솔릭과 비슷한 경로로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볼라벤 때 전 연안의 수온이 2~3도 고르게 내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수산과학원은 19호 태풍 솔릭의 크기가 볼라벤보다 작았고,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는 장기간 폭염으로 표층과 저층의 수온에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달아올라 있어 태풍이 바닷물을 아래위로 섞어도 수온이 내려갈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해 연안 수온은 고수온의 기준인 28도 아래로 내려갔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1~2도가량 높다.
하지만 앞으로 수온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인성 박사는 "19, 20호 태풍이 연달아 북상하면서 먼바다의 수온이 동해는 2~3도, 제주도 외해는 3도 이상 떨어진 데다 주말부터 전국에 비가 내려 더운 바닷물을 식혀줄 것으로 본다"며 "연안의 고수온 현상이 이제 상승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온은 점차 하강 국면에 접어들어 이르면 이번 주중에 연안에 내려진 고수온 특보가 차례대로 하향조정되거나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여름 우리나라 연안 수온은 일찍 끝난 장마의 영향으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7월 24일 제주와 남해 일부 연안에 처음으로 주의보가 내려진 이후 서해 일부를 제외한 전 연안으로 확대돼 한달 이상 지속하고 있다.
천수만과 득량만의 주의보는 8월 6일 경보로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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