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주 이어진 터키 실종자 어머니회의 호소…당국, 강제해산
경찰, 토요 어머니회 700회 집회 최루가스로 해산
80대 회장 등 47명 연행 후 석방…인권단체 "부끄럽고 무자비한 처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당국에 끌려간 후 다시는 만나지 못한 아들을 찾아달라며 24년째 시위로 호소한 터키 어머니들의 700번째 집회가 당국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스탄불 경찰은 25일(현지시간) 탁심광장 인근 번화가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열린 '토요 어머니회' 집회를 강제 해산하고, 어머니회 회장 에미네 오자크(82) 등 집회 참가자 47명을 연행했다고 일간 줌후리예트 등 터키 언론이 보도했다.
끌려간 시위대에는 오자크를 비롯해 70·80대 노인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이들을 모두 석방했다고 시위대 측 변호사 에프칸 볼라츠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이날 700회째 집회를 맞아 토요 어머니회는 활동가들과 함께 이스티클랄 거리를 따라 갈라타사라이 광장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연로한 어머니들은 '토요 어머니회'(터키어, Cumartesi Anneleri)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당국에 끌려간 후 연락이 끊기거나 사망 통지를 받은 아들 등 가족의 사진과 꽃을 들었다.
앞서 당국은 이번 집회 주최 측이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돼 있고, 집회 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했으나 어머니회는 PKK와 무관하다며 행사를 강행했다.
물대포 등 시위 진압 장비로 무장한 이스탄불 경찰은 최루가스로 행진을 저지하고 집회 참가자를 연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를 과잉 진압했다는 글과 함께 멍든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 등이 올라왔다.
이날 집회에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과 친(親)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 소속 의원 일부도 참석했다.
경찰이 물리력으로 집회를 해산하고 어머니를 연행하자 일부 시위대는 "파시즘 물러가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토요 어머니회는 1980∼1990년대 당국의 조사를 받다 연락이 끊긴 실종자의 어머니 등 가족과 의문사 피해자 유족의 모임이다. 당시는 PKK의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로, 실종자 다수는 쿠르드계로 알려졌다.
어머니들은 1995년 5월 27일부터 이스탄불 베이오을루구(區) 탁심광장(이스티클랄 거리) 부근에서 매주 토요일 실종자의 소재 파악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열었다.
토요 어머니회 시위는 1999∼2009년에 당국의 개입으로 중단됐다가 재개된 후에는 정부와 별다른 충돌 없이 계속됐으나 이날 700회 집회는 물리력으로 해산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터키지국장 에마 싱클레어-웹은 이날 집회를 강제 해산한 당국의 조처와 관련해 AFP통신에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정의를 구하는 가족에게 수치스럽고 무자비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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