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고 잦았다고 관광버스 기사 해고는 부당"
"중대한 과실 있거나 피해 크지 않아…고용관계 끊을 정도 아냐"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관광버스 회사가 잦은 교통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소속 기사를 해고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버스 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중노위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5년 5월부터 관광버스 회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 운전 업무를 맡았다.
A씨는 이 기간에 6차례 사고를 냈다. 특히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에 5차례의 사고가 집중됐다.
회사는 A씨가 잦은 사고로 수백만 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입사 당시 과거 운전경력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절차를 거쳐 해고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연달아 구제·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A씨를 해고하는 데 적용한 취업규칙이 징계사유 발생 전에 만들어졌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항소심에서 중노위와 회사 측은 "취업규칙이 없었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상의 일반원리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낸 교통사고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거나 사망자·중상자 등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 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며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심의 복잡한 도로 상황과 관광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바쁘게 운행되는 관광버스 운전의 특성상 접촉사고가 빈번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고, A씨 외에 회사 소속의 다른 운전원도 다수가 접촉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있다"며 "사고에서 인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1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경력을 허위로 기재해 신뢰관계를 해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도적으로 운전경력을 늘리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허위 이력임을 알았다고 해서 회사가 계약을 맺지 않거나 계약 조건을 바꿀 정도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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