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막 내린 조정단일팀의 도전…뜨거웠던 한 달의 기억
최악의 폭염 속에 함께 땀 흘린 남북 선수단, '한배'타고 평화의 질주
(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조정 선수들은 폭염이 절정에 달한 7월 30일 북측 선수들과 처음 만났다.
북측 선수단은 전날 입국해 충주 경영연수원에 여장을 풀었는데, 피로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훈련장인 충주 조정경기장에 나와 남측 선수들과 곧바로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뜨거운 뙤약볕 아래 남과 북의 청년들은 한배를 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처음엔 많은 것이 어색했다고 한다. 한 선수는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 한참 동안 대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의 나이를 묻고 연배 관계를 정리한 뒤에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남북 조정단일팀은 4명이 참가하는 남자경량급무타포어와 두 명이 한 배를 젓는 여자경량급더블스컬, 콕스를 합해 9명이 뛰는 남자경량급에이트 3개 종목에 참가했다.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한국은 이미 대표팀 선발전이 끝난 상황이었다. 대표팀에서 탈락한 2진급 선수들이 단일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북측 선수들의 기량도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북측 선수단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유망주 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내부에서도 성적에 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메달 획득은 힘들 것"이라며 "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굵은 땀을 충주호에 뿌렸다.
약 2주가량 국내에서 집중 훈련을 소화한 남북 단일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남북 청년들은 두 손을 꼭 잡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조정은 물 위의 마라톤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종목인데, 남북 선수들은 힘들 때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여자 경량급더블스컬에 출전한 남측 송지선(21)은 짝을 맞춘 북측 김은희(17)에게 'COR'이라 새겨진 목걸이를 선물하며 우애를 다졌다.
북측 남자 선수인 리현몽(18)은 송지선과 김은희를 도와 배를 함께 나르기도 했다.
조정단일팀은 19일 역사적인 첫 경기를 소화했다. 남자 무타포어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예선 최하위.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결선에 진출했다.
여자경량급더블스컬과 남자 경량급 에이트도 그랬다. 이들은 결선 무대까지 올라갔다.
포디움에 함께 서서 '아리랑'을 듣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단 한 경기도 포기하지 않고 이번 대회를 완주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정 남북 단일팀은 작지만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뒤 24일,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남북 청년들은 이제 각자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들이 보낸 뜨거웠던 2018년 여름은 남북 스포츠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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