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농약 고등어탕, 봉화 엽총 난사…노인 범죄 갈수록 증가
경북서 2년 새 700여명 늘어…고령인구 증가, 사회적 소외 등 이유
분노조절장애 해결 과제…"자신 질환 모르는 경우 많아 진단 중요"
(안동=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4월 21일 새벽 경북 포항에서는 마을 공용시설에서 주민이 함께 먹으려고 끓여놓은 고등어탕에 누군가가 농약(살충제)을 넣었다.
이날 아침을 준비하던 한 주민이 국에서 농약 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조금 맛을 본 뒤 혀 마비 증세를 보여 국을 삼키지 않고 뱉어내면서 범행이 탄로 났다.
다른 주민으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여긴 같은 마을 주민 이모(69·여)씨가 저지른 일이었다.
최근 경북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범죄가 늘고 있다.
24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 범죄자는 2015년 5천641명에서 2016년 6천299명, 2017년 6천367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씨와 같은 강력범은 2015년 64명, 2016년과 2017년 각각 80명을 차지했다.
노인 범죄가 늘어난 이유는 고령 인구가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한 원인이다.
또 가치관이 맞지 않거나 주변인과 소통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고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1일 봉화군 소천면에서 상수도 사용 문제로 이웃 주민과 공무원에게 엽총을 쏴 2명을 죽이고 1명을 다치게 한 귀농인 김모(77)씨도 70대 노인이 자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김씨는 '이웃 주민이 개를 10마리 풀어 놔 경찰에 신고했는데 해결해주지 않는다', '상수도 갈등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등 이번 사건 피해자나 경찰, 공무원 등을 원망하는 글을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경북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8.4%로 전국 평균 13.8%보다 훨씬 높다.
그런 만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해뿐만 아니라 노인이 저지르는 범죄도 막을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찰·관리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5천390명, 2016년 5천920명, 2017년 5천986명으로 증가 추세다.
습관 및 충동장애는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자극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분노조절장애가 대표적이다.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충동에 따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노가 심해지면 뇌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가 흥분하게 되고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조절 기능이 심하게 망가진 상태에서는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
이상헌 포항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조절 문제로 발생하는데 스스로 질환임을 알지 못하고 주변인도 성격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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