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보호막' 자기장 약화로 대혼란 올 수도
N·S극 바뀔 때 자기력 약화…태양풍에 고스란히 노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드는 위험한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자기장이 없었을 때 지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금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자기장은 N·S극의 위치가 변하고,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는데 이때는 자기력의 90%를 잃어 지구 안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자극(磁極)의 극적 변화가 수천 년에 걸쳐서 수백만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의 드문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N·S극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약 78만년 전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자극의 부분적이거나 임시적인 변화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100년 안팎의 짧은 기간에 급격히 이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호주국립대 지구과학과 앤드루 로버츠 교수는 중국 남서부 지하동굴의 고대 석순(石筍)에 기록된 자극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석순은 약 10만7천년 전부터 9만1천년까지 1만6천여년 동안 자랐다.
중국과 대만 과학자도 참여한 연구팀은 석순 안의 자성 광물을 분석해 1만6천여년 동안 지구 자기장의 흐름을 시기별로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시기에 지구 자극이 여러차례 변화한 것을 확인했으며 특히, 9만8천여년 전에는 200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자극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자극이 이처럼 극도로 빠르게 변화한 적은 이전에는 없었다"고 했다.
로버츠 교수는 지구 자기장이 수십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수차례 바뀌었음에도 생명체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은 자극 변화에 따른 자기장 약화가 생명의 멸종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대 인류가 전기와 전자기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장 약화는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자기장이 100%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통신 두절과 전력시설 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그 기능이 10%로 떨어지면 피해는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지난 1989년 3월 13일 거대한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퀘벡 일대의 전기공급이 9시간 동안 끊겼다. 이보다 앞선 1859년 9월 1일에는 사상 최대의 태양폭풍으로 미국 전역의 전신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로버츠 교수는 지구 자기장의 자극이 바뀌는 과정에 태양폭풍이 발생한다면 이에 따른 피해가 수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런 큰 피해를 피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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