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지고 나뒹굴고" 제주 태풍피해 속출…1명 실종(종합)
하늘·바닷길 이틀째 통제…학교 전면휴업, 시설물 피해, 1만3천가구 정전
한라산 초속 62m 강풍·1천㎜ 넘는 폭우…점차 태풍 영향권 벗어날 듯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태풍 솔릭이 강타한 제주도에서 하늘길과 바닷길이 이틀째 통제되고, 파도에 휩쓸린 관광객이 실종되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학교는 이날 전면 휴업했으며 1만3천여 가구가 정전됐다가 복구작업 중이고 각종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 1명 파도 휩쓸려 실종…1만3천여 가구 정전, 시설물 피해도
전날 밤부터 이어진 강한 비바람에 도내 곳곳에서는 각종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귀포해경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 19분께 서귀포시 소정방폭포에서 박모(23·여·서울)씨와 이모(31·제주)씨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씨는 스스로 바다에서 빠져나와 신고, 도움을 요청했으며 박씨는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다.
현재 이틀째 수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박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들이 폭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계단으로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정전도 도내 곳곳에서 발생했다.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도내 총 1만3천4가구가 강한 비바람 속에 정전됐다. 이 가운데 7천759가구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고, 5천245가구는 현재 복구작업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강풍으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정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바람이 워낙 강해서 복구작업에 애를 먹다가 이제 복구가 속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에서는 높은 파도에 보강공사용 시설물 91t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도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 정확한 현장 상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는 야자수가 강한 비바람에 부러져 도로로 쓰러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 도로 통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제주시 삼양2동 삼양 1·2수원 상수도 도수관 접합부도 파손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취수가 일시 중단됨에 따라 제주시 건입동·일도동·화북동·삼도동 일대에 이날 오후 수압이 저하되거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수자원본부는 전했다.
서귀포시 강정포구, 제주시 김녕항과 현사포구 등에서는 정박해놨던 레저보트가 전복 또는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천장이 파손돼 실내에 물이 들어차는 피해도 있었다.
학교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도교육청이 이날 낮 12시 기준 집계한 결과 교실 침수와 건물 지붕 파손 등 17개교의 시설물 피해가 접수됐으며, 이후로 추가 피해 상황이 접수되고 있다.
양식장 시설물도 곳곳에서 파손됐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대정읍 일과리, 남원읍 위미리 등의 광어양식장 비닐하우스 시설물이 강풍에 파손됐다. 성산읍 광어양식장에서는 시설물 차광막이 날리는 피해가 있었다.
다행히 이들 양식장 모두 광어 폐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부러지는 일이 잇따라 현장 안전조치가 진행됐다. 신호등이 꺼져 복구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 하늘·바닷길 이틀째 통제…학교 전면휴업
태풍 영향으로 하늘·바닷길은 이틀째 막혔다.
23일 항공사 등에 따르면 제주도가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 지난 22일 오후부터 제주공항 항공편 결항이 시작돼 이날까지 이틀간 총 650편이 결항했다.
이로 인해 결항편 승객은 출발 기준으로만 5만여명가량이다.
이날 전편 결항이 결정돼 운항 계획된 486편(출발 242, 도착 237)이 모두 운항하지 못했다.
제주는 점차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만, 내륙에 태풍 영향이 미치는 오는 24일까지는 국내선 운항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항공기들이 태풍이 몰고 온 강풍을 피해 안전한 다른 공항으로 모두 옮긴 상태여서 운항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항공사들은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는 24일 오후부터 임시편을 투입, 본격적으로 결항편 승객을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내일 금요일과 모레 주말로 이어져 평소에도 예약 승객이 많아 빈 좌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닷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7개 항로 여객선 11척이 모두 운항이 통제됐다.
태풍특보 발효로 한라산 입산과 올레길 탐방, 해수욕장 입욕 등은 모두 통제됐다.
월파 위험이 있는 탑동·월정·사계 해안도로와 낙석 위험이 있는 산방산 진입도로는 전날 저녁부터 진입이 통제됐다. 제주시 남수각 주변 차량침수 우려 지역인 한천공영노상주차장은 주차된 차량을 이동 조치했으며,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많은 비로 한때 하천 범람이 우려되자 제주시는 저류지 수문을 개방했다.
거센 비바람이 계속 몰아치면서 제주도교육청은 교육감 직권으로 이날 도내 모든 학교에 휴업을 권고했다.
◇ 한라산 초속 62m 강풍, 1천㎜ 넘는 폭우…24일 태풍 영향권 벗어날 듯
현재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전 해상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며,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301.9㎜, 서귀포 126㎜, 성산 109.9㎜, 고산 103.3㎜, 산천단 523.5㎜, 오등 506㎜, 금악 288.5㎜, 한림 231.5㎜, 색달 217.5㎜, 송당 204.5㎜, 한라산 사제비 1천29.5㎜, 윗세오름 947㎜ 등이다.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한라산 진달래밭에서는 이날 오전 4시 25분께 최대순간풍속 초속 62m가 기록됐다.
이 밖에도 지점별 최대순간풍속이 제주 초속 32.2m, 고산 37.1m, 성산 24.2m, 한라산 윗세오름 36.6m, 마라도 36.4m, 제주공항 34.1m를 기록하는 등 도내 곳곳에서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제주는 이날까지는 태풍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겠으며, 오는 24일 태풍 영향권에서 차차 벗어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24일 아침까지 30∼80㎜다.
태풍 솔릭은 23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35m의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서귀포 서북서쪽 110㎞ 해상에서 시속 8㎞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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