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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늘 지루하고 쓸모없는 것일까?
인문서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현대인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의 시간도 우리 삶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스위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영문학자 해럴드 슈와이저의 저서다. 원제는 '기다림에 대하여'(On Waiting),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은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출판사 돌베개).
저자는 기다림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하며 여러 문학·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사례로 소개한다. "기다림이 지닌 정신적 차원과 몸의 차원, 기다림과 글쓰기의 관계, 서사적 산문과 서정시가 보여주는 기다림, 기다림의 매혹, 기다림에 담겨 있는 젠더적 의미, 그리고 우리는 읽으면서 어떻게 기다리고 또 머무를 때는 어떻게 기다리는지, 죽음은 어떻게 기다리는지 하는 것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우리가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이유가 현대적인 생활방식, 경제활동과 관련이 크다고 말한다. "인스턴트 메시지, 실시간 결제, 즉각적인 욕구 충족이 가능해진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왜 기다려야 해?'라는 물음과 '즉시 처리!'라는 약속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기다림을 '시간은 곧 돈'이라는 경제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난 잠깐 동안의 해방으로서, 현대생활의 속도전 와중에 찾아오는 짧은 휴식으로,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진리나 뜻밖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사색의 시간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생각의 전환을 제안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의 시에서 이런 사색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저 세부는 얼마나 생생한가, 얼마나 감동적인가./―우리가 거저 얻은 그 조금의 몫,/지상에서 우리에게 맡겨진 그 조금의 몫. 많지도 않다./딱 우리가 체류한 그 정도의 크기" (엘리자베스 비숍 '시'(Poem) 중)
저자는 시인이 포착했듯 우리의 삶이 우주와 시간의 영원성에 비하면 "조금의 몫"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거저 얻은"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그 머무름 자체에 집중할 때 우리를 둘러싼 것들의 선명하고 세밀한 부분을 보게 되고 그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머무름의 시간에 존재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시와 예술이 나온다는 것이다.
"진리는 어떤 템포로, 어떤 인내와 끈기로 개별자에 머무르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좋다"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해 "우리의 체류하는 크기, 혹은 우리 존재의 가치는 진리를 '거의' 구성하고 있는 이 인내와 끈기와 머무름 속에서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태도에서도 기다림이 중요하다며 스위스 화가 페르디낭 호들러가 그린 연인의 초상화들을 사례로 든다. 호들러는 연인이 암 투병을 시작해 죽기 전까지 두 달여 동안 수많은 스케치와 유화를 남겼는데, 이는 미학적 의도와 목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연인 곁에 있으며 함께 죽음을 기다린 인간적인 행위로 해석된다. 화가는 고통받는 사람의 "내밀함"과 "비교 불가능한 유일성"을 그려냈다. 타인에 대한 관심, 가까운 사람에 대한 인간적 도리는 곁에 있어 주는 것, 다시 말해 '기다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혜성 옮김. 238쪽. 1만4천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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