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구글도 울고 간 AI 축구 월드컵…KAIST 팀 '우승'
22일 예선 통과 4개 팀 결선…관중 몰이하며 인기
AI 해설·AI 기자 종목도 진행…"실력 갈수록 상승"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파란 팀 선수 그대로 골대를 향해 공을 몰고 가네요. 아∼자기 골대였어요. 상대 자책골로 빨간 팀 행운이네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한창인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술문화관 정근모 홀에서는 수시로 환성과 탄식이 오갔다.
이곳을 찾은 100여명의 관람객은 대형화면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네모 모양으로 구현한 5개의 플레이어는 공을 쫓아 재빠르게 이동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골대 앞으로 질주해 공을 걷어내는 모습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순해 보이는 그래픽만 고려하면 이젠 한물간 게임의 한 장면으로 착각할 만도 있다.
그러나 이 플레이어들은 '큐 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스스로 축구 전술을 학습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KAIST는 이날 제1회 국제 AI 월드컵 결선 경기를 진행했다.
AI 축구는 5개의 플레이어가 한 팀을 이룬다. 전·후반 각 5분간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앞서 KAIST는 지난해 스포츠 종목에서 AI 경기로는 세계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했다. 당시 전북대 팀이 우승했다.
올해는 외국팀까지 참여한 만큼 첫 번째 국제 AI 월드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브라질, 이란, 중국, 대만, 프랑스, 인도 등 12개국에서 29개 팀이 도전장을 냈다.
KAIST와 서울대를 비롯해 구글, 미국 MIT와 노스웨스턴대학 등도 참가해 기대를 높였다.
결선에선 4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해 우승팀을 가렸다.
실제 경기에선 상상할 수 없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수시로 연출됐다.
결승전에서는 골대가 텅 비어있는데도 연방 골포스트만 맞추면서 득점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골문 바로 앞으로 공이 흘러 톡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플레이어들은 멀뚱히 쳐다만 보는 듯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추기도 했다.
때론 반칙으로 줄줄이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해 단 하나의 플레이어만 우두커니 경기장을 지켰다.
1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국제 월드컵 첫 번째 우승은 KAIST 'AFC-WISRL' 팀이 차지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패하며 준우승했던 이 팀은 올해 아쉬움을 단번에 날렸다.
MIT와 구글 등 팀은 모두 8강 이전에 탈락했다.
KAIST는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팀을 냈다.
KAIST 한 관계자는 "학습량에 따라 실력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해 본 팀이 잘 하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는 수준이 (지난해와 비교해) 향상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I 축구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AI 경기해설과 결과를 기사로 작성하는 AI 기자 종목도 함께 진행했다.
정확성, 충실성, 예측력 등을 살핀 해설 부문에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ASUAIC'(중국·대만·미국 연합) 팀이 우승했다.
AI 기자는 구조성, 가독성, 진실성, 정보성 등을 고려했다. KAIST의 'SIIT-REPORTER'(한국) 팀이 수상팀에 이름을 올렸다.
KAIST 김종환 공과대학장은 "AI 월드컵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쉽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AI 월드컵을 개최할 계획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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