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신 교육청 간 중학생들…'학교정상화 요구' 체험학습
동구여중생 200명 등교 안 하고 참여…'밀실해고' 전 교장 복귀 호소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학교법인 비리 문제로 법인 측과 학교구성원이 갈등을 반복하는 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동구여자중학교 학생 약 200명은 22일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이날 학교에 가지 않고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를 찾아 학교 정상화를 요청했다. 이날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은 전교생의 40%가 넘는다.
동구학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동구마케팅고등학교 교사 안종훈 씨의 내부제보를 받고 감사를 벌여 수십건의 비위를 적발했다.
동구학원 측은 안씨를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파면하고 그가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복귀하자 수업에서 배제했다.
이러한 고충을 겪은 안씨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자로 선정돼 공익신고 보상금을 받았다.
교육청은 2015년 동구학원과 동구마케팅고를 다시 감사해 비리를 적발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징계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교육청은 동구학원 이사 전원을 해임(임원취임승인 취소)한 뒤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이에 동구학원은 교육청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이겨 학교로 복귀했다. 이후 학원 측은 임시이사 체제에서 동구여중과 동구마케팅고 교장이 된 오환태씨와 권대익씨 임용을 취소했다.
당시 임용취소 사유는 교장자격연수를 받지 않았다는 것 등이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임용취소 사유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밀실해고' 논란도 일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구학원 정상화 방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청 내부에서도 1심과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더운 날씨에도 학교를 위해 밖으로 나온 동구여중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오환태 교장 복귀와 학교 정상화를 촉구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은 서울시교육청 바로 옆 경희궁 공원에서 이뤄졌다.
3학년생 송채민양은 "오환태 교장 선생님은 누구보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분"이라며 "졸업식을 교장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까지 찾아온 학생들을 직접 만나러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학생들이 A4용지에 직접 쓴 의견서와 손팻말을 교육감실 소속 장학사가 받아 교육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동구여중 관계자도 이날 학생들 체험학습을 지켜봤다.
이 관계자는 "안전사고 등이 우려돼 현장지도를 나왔다"면서 "성북강북교육지원청에 (학생들이 단체로 모인다고) 보고하니 현장지도를 하라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발언을 녹취하던 그는 "현장체험이 시위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선동당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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