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우리 여동생 예쁘지 않냐" 화기애애 이야기꽃(종합)
한결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서 단체상봉 진행…"사랑해요" 꼭 끌어안기도
2시간 단체상봉 끝나자 곳곳서 눈물…내일 작별 상봉만 남아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백나리 기자 = "우리 여동생 예쁘지 않냐."
21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상봉행사 둘째 날 단체상봉에서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여동생의 순옥(81) 씨의 손을 꼭 잡고 자랑을 했다.
여동생도 여든을 넘어 할머니가 됐어도 김 할아버지의 눈에는 예쁜 여동생이기만 했다. 김 할아버지는 과자를 까서 여동생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에서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날 첫 상봉에서 재회의 감격에 눈물바다가 됐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첫 상봉 때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말없이 상봉 시작을 기다렸던 북측 가족들도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편히 앉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3시간 정도 진행된 객실 개별상봉에서 서로 더욱 가까워진 듯 했다. 전날만 해도 존댓말을 쓰는 이들이 많았지만, 나이순으로 친근하게 반말을 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연회장에 미리 도착한 북측 가족들은 개별상봉 후 헤어진 지 1시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남측 가족이 언제 올지 궁금해했다. 북측 동생 서찬호·원호 씨는 밝은 표정으로 "우리 형님 언제 오시느냐"라고 기다리다가 남측 형 진호 씨가 도착하자 "주인께서 먼저 오셔야지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라며 웃었다.
남측 가족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들어온다!"며 활짝 웃는 북측 가족도 있었다. 남측 가족이 올 때까지 일어서서 기다리는 북측 가족도 많았다.
자매끼리 나란히 앉아 다과를 들며 깔깔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혜자(76) 씨는 북측 남동생 은하(75) 씨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꼭 끌어안았다. 북측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2) 씨는 "70여 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 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가족끼리 촬영한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한복을 입은 유 할아버지의 사촌 옥녀(63)씨가 춤을 추며 유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영상이었다.
남북의 가족은 다 같이 단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별상봉에서 가족만 알 수 있는 추억을 더 확인하고는 한결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김종삼(79) 씨는 "인민군에 간 형님의 병과, 생년월일을 (북측 가족이) 기억하는 게 딱 맞더라니까"라며 신기해했다.
김 씨의 북측 조카 학수(56)씨는 "아버지 뒤통수에 혹이 있었는데 그걸 알고 계시더라"라고 화답했다.
이틀째 봐도 감격은 여전한 듯했다. 전날 첫 상봉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 리상철(71) 씨와 또다시 부둥켜안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에게 소곤소곤 귀엣말을 했고 아들도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손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한 대화를 이어갔다.
단체상봉은 2시간 동안 진행된 후 오후 5시에 끝났다. 상봉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작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꼈는지 여럿이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북측 가족 대부분은 눈물을 지으며 남측 가족들이 계단을 통해 금강산호텔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허망한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남측 가족이 모두 나간 후 줄지어 밖으로 나갔다.
이들은 이제 22일 작별상봉만 남겨뒀다. 당초 작별상봉은 오전 11시부터 2시간이었지만 남측 제안을 북측이 수용해 오전 10시부터 3시간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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