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교량붕괴 수사 검사 "국가, 민영화로 SOC 안전 책임 방기"
"안전 감시·감독 기관 둬야"…정부 "내달 대규모 SOC 안전 증진 계획 발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의 교량 붕괴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검사가 이탈리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관리 실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제노바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코찌 검사는 19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고속도로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넘김으로써 도로 안전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코찌 검사는 "오늘날 이탈리아의 인프라 체계는 국가의 권한이 박탈됨으로써, 일종의 주인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지 못할 경우라면 최소한 도로 안전은 민간 운영사에 맡길 게 아니라 안전 감시·감독을 전담하는 제3의 기관이라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붕괴한 모란디 교량을 운영하는 민간 회사인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의 관리 소홀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의 약 절반에 이르는 구간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이 회사가 통행료 징수에만 골몰한 채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며 운영권 박탈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코찌 검사는 "고속도로 민영화를 결정했을 때 국가는 투자와 수익의 비율, 통행료 산정 등만을 주로 고민하고, 안전에는 관심을 덜 기울인 것 같다"고 꼬집으며,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민영화와 인프라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SOC 안전 증진을 겨냥한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포퓰리즘 연정의 한 축인 '동맹' 소속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정무장관은 "이번 계획의 대상으로는 도로, 다리, 교량뿐 아니라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이 망라될 것"이라며 "공공 인프라의 보수에 사상 유례없는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금액을 적시하지는 않은 채 재정적자,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약 등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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