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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폭염 보고서] ③ 폭염도 재난…국가적 대응 매뉴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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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폭염 보고서] ③ 폭염도 재난…국가적 대응 매뉴얼 필요
'폭염=자연재난' 규정 노력 번번이 무산…정부, 최악 폭염에 태도 변화
위기관리매뉴얼·피해자 지원근거 마련 착수…"전기료 감면, 법에 명시해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올해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을 계기로 폭염도 법상 자연재난에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규정된 자연재난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상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대응의 기본 뼈대인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 '현장조치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하게 돼 있다.
재난 상황 때 각 부처 역할도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사망자 등에 대한 각종 피해 보상도 가능하다.
외국에서도 이미 폭염에 대비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한 곳들이 있다. 프랑스는 일반 국민과 보건당국을 대상으로 무더위 4단계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해양대기청(NOAA)의 폭염 경보체계에 따라 각 기관의 대응이 시작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폭염은 자연재난에서 제외된 탓에 그동안 국민행동요령 외에는 별다른 대응매뉴얼이 없었다.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국회에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지난해 8월에도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등으로 입법이 무산됐다.

그러나 올해 폭염이 유례없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법 개정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입장을 바꾸고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대응에 한계가 노출됐다.
이른 장마가 끝난 지난달 11일부터 폭염이 시작됐지만, 초기 정부의 대응은 야외활동과 외출 자제 같은 국민행동요령을 홍보하는 등 통상적인 여름철 더위 대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7월 19일 범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폭염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7월 27일 행안부 차원의 긴급폭염대책본부를 꾸렸고 8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준하는 범정부 폭염대책본부 가동에 들어갔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은 법적으로 규정된 다른 자연재난에 대한 대응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 있다.
법적 자연재난의 경우 단계별로 중대본을 꾸려 대응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풍수해에 대해서는 호우경보나 대설경보가 3개 이상 시·도에 발표된 경우, 태풍주의보나 태풍 경보가 발령된 경우 등에 비상 1단계가 발령돼 행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이 편성된다. 이때 정부 다른 부처 역할까지 모두 규정돼 바로 일사불란한 대응이 시작된다.
그러나 폭염이 법상 자연재난이 아닌 탓에 중대본은 바로 꾸려지지 못했다. 대신 그에 준하는 범정부 폭염대책본부가 구성된 것은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8월 1일이 지나서였다.
중대본은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지휘하지만 7월 27일 행안부 차원 긴급폭염대책본부가 꾸려지기까지 폭염 대응은 행안부 과 단위에서 총괄하는 수준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책본부 구성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어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이라도 꾸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 대책본부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 구성 이후에는 여러 구체적인 대책이 나왔다.
무더위쉼터를 야간에도 운영하는 등 운영 시간을 늘리고 취약계층을 상대로 집중적인 홍보에 나섰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이달 1일에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발주공사에서 낮 시간대 작업을 중지하라는 국무총리 지시가 내려졌고 이어 행안부도 지자체에 지침을 내놨다.
매뉴얼이 있었다면 모두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었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결정 시기가 너무 늦은 탓에 한창 무더울 때 전기료를 아끼느라 제대로 냉방기기를 작동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고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정부는 이제 '폭염이 앞으로 계속될 재난 유형'이라고 보고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법 개정에 대비해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과 피해자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매뉴얼 마련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9월 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폭염을 겪으며 여러 대책을 마련했고 지자체에서도 여러 우수 대응사례가 나왔다"라면서 "이번 경험을 반영해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폭염 대책의 핵심이었던 전기료 감면도 여론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아예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도 "전기적 냉방장치 가동만큼 확실한 대책은 없다"며 "따라서 아예 폭염 재난 선포 시 전기요금 감면을 법정화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법 개정은 여야 합의에 따라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번 여름 경험을 계기로 폭염에 대한 종합대책을 차제에 강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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