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강민성,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서 한국 첫 금메달
(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포기하려고도 생각했던 그에게 운명처럼 기회가 왔다. 그는 그 기회를 꽉 붙들어 잡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태권도 품새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강민성(20·한국체대)이다.
강민성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대회 태권도 품새 경기에서 남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겨루기와 품새를 통틀어 태권도 종목에 걸린 첫 금메달을 강민성이 수확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선수단에 금빛 레이스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사실 강민성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보너스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선 아시안게임에서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남녀 개인·단체전 4개 종목을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는 애초 한 나라에서 최대 두 종목까지만 출전이 허용됐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남녀 단체전에 선수를 내보내기로 하고 대표선발전을 마쳤다.
공인 품새가 주 종목인 강민성은 단체전에서는 화려한 태권도 시범의 요소들이 많이 가미된 새 품새와 자유 품새까지 선보여야 해 아예 선발전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갑작스럽게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국가별로 4개 종목 모두 출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꿔 알려왔다.
대한민국태권도협회도 부랴부랴 개인전 대표선발전을 다시 치렀다.
뜻하지 않은 기회를 얻은 강민성은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강민성이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돼 출전한 대회다.
강민성은 이번 대회 전까지 대표선발전에 네 차례나 도전했으나 매번 탈락의 쓴맛만 봤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선수로서는 끝이라고 생각해 직업 군인의 길을 걸을 생각까지도 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강민성은 "국가대표로 처음 참가하는 대회인 데다 품새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이라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태권도는 물론 우리나라 금빛 레이스의 선봉에 선 각오를 밝혔다.
경북 영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강민성의 아버지 강도윤(51) 씨도 이날 경기장에서 아들이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부담이 간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아들이 이번에는 신경이 쓰였는지 "아빠가 와주면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모든 것을 제쳐놓고 달려왔다고 한다.
강 씨는 "내가 어렸을 때 태권도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집안의 반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민성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 시범단에 넣었는데 아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민성이가 휴대폰 문자도 아니고 아직도 손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할 정도로 착하다"며 아들 자랑을 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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