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콰도르, 여권 가진 베네수엘라인만 입국 허용
콜롬비아 "많은 이민자 발 묶일 우려…양국과 곧 협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루와 에콰도르가 경제·정치적 위기를 피해 탈출 행렬을 이어가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입국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고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이민 당국은 오는 25일부터 에콰도르 정부처럼 여권을 소지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만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에콰도르는 18일부터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여권을 가졌을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는 종이와 잉크 부족으로 여권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콜롬비아는 페루와 에콰도르 정부의 이번 조치로 수많은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자국에 발이 묶이는 사태를 우려했다.
콜롬비아로 입국한 베네수엘라인 이민자 중 약 절반이 여권 없이 신분증만 가지고 있어서다. 콜롬비아는 자국에 입국한 베네수엘라인 80여만 명에게 임시 체류증을 발급했다.
크리스티안 크루거 콜롬비아 이민청장은 "남부 국경도시인 루미차카에서만 하루 3천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에콰도르로 건너가고 있다"면서 "여권이 없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에콰도르와 페루로 건너가지 못할 경우 결과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루미차카 시를 거친 베네수엘라인은 42만3천 명에 달한다.
콜롬비아는 조만간 에콰도르, 페루 정부와 베네수엘라 이민자 문제를 협상할 방침이다.
크루거 청장은 "우리와 남부 쪽으로 국경이 접한 국가들이 공동 펀드를 조성하도록 제안하고 공통된 이민 전략을 취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수많은 베네수엘라인이 육로로 서쪽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로 넘어온 뒤 다시 남쪽에 있는 페루와 에콰도르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페루의 경우 지난 11일에만 일일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천100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입국했다. 에콰도르에는 이달 초 들어 하루 평균 4천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입국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은 2014년 이후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품과 생필품 부족을 못 이겨 23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자국을 등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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