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 사태 독립조사위, '눈가림' 논란 속 활동 개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수천 명의 사망자와 70만 명의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면서 미얀마 정부가 구성한 '독립 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다짐했지만, 인권단체 등은 이 위원회 활동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및 반인도주의 범죄 처벌 움직임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가 구성한 라카인주 독립 조사위원회(ICOE)는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ICOE 위원장을 맡은 전직 필리핀 외교관 로사리오 마날로는 첫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등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활동과 중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다.
마날로는 "위원회는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하며, 중립적일 것이다. (로힝야족 사태의) 책임자를 찾고 라카인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내년 8월 15일까지 대통령에게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조사 과정은 미얀마의 법을 따르되 국제법도 적용 가능한 선 안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조사활동을 위해 라카인주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지만 인종청소 피해자 대부분이 머무는 방글라데시 방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힝야족 난민과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의도적으로 국경 밖으로 몰아냈으며, 이 과정에 집단 성폭행과 방화, 고문 등 인권유린 행위가 도구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얀마군과 정부는 이런 주장을 반박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 등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 문제를 정식으로 회부해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대통령이 서둘러 독립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 국제 재판 회부를 피하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마날로 위원장은 "악의적인 생각이다. 진실만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또 위원회에 동참한 주유엔 일본대사 출신의 오시마 겐조(大島賢三)는 "균형이 잡힌 올바른 기록을 남기기 위해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의 참여를 원했을 것"이라며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과 정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오랜 핍박을 받아온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ARSA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병력을 동원해 로힝야족 거주지 등에서 대규모 반군 소탕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난민 토벌을 빌미로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미얀마군과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정부는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미얀마 정부가 구성한 조사위원회는 8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뒤 인종청소 또는 반인륜 범죄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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