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영장심사 2시간반 만에 종료…구속여부 오늘 밤 결정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여부 놓고 특검-김경수 측 '혈투'
구속되면 '대통령 측근' 1호 불명예…정권 도덕성에도 흠집
기각 땐 특검 수사 '빈손' 결말…'무용론' 비판 재연될 듯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영장심사가 2시간 반에 걸친 치열한 법리공방이 끝나고 법원 판단만 남겨뒀다.
김 지사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이날 늦은 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한다. 법원이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곧바로 풀려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께까지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주장하는 그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영장심사 결과에 김 지사의 정치 경력과 특검 조직의 명운이 달린 만큼 김 지사와 특검 측은 ▲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알고 있었는지 ▲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놓고 사력을 다한 주장과 반박을 주고받았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했다고 본다.
또 킹크랩 개발이 완료된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의 지시·묵인에 따라 네이버 기사 7만5천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개를 대상으로 호감·비호감 버튼을 약 8천만 번 부정클릭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이 여론조작을 한 시기에 대선이 포함된 점을 들어 이들이 단순히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해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지사가 특검이 확보한 '킹크랩 시연회' 관련 문건·디지털 자료 앞에서도 참관 사실을 부인하는 점, 지난 4월 사건이 불거진 뒤 그가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꾼 점을 지적하며 증거인멸 가능성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김 지사는 영장판사 앞에서 "드루킹이 '선플(선한 댓글)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을 뿐 조직적인 댓글조작을 하는지 몰랐다"며 자신이 드루킹의 공범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간 사실은 있지만 그 자리에서 킹크랩이나 비슷한 댓글조작 프로그램은 본 사실이 없으며,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드루킹의 진술이 객관적 물증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도지사로서 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는 점, 특검 소환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하는 등 도주 우려가 현저히 적은 점 등을 언급하며 영장은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구속 기로에 선 것은 그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에 연루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약 넉 달 만이다. 특검이 6월 27일 정식 수사를 시작한 때로부터는 52일째 날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김 지사와 특검팀 중 한쪽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사건 연루라는 악재를 딛고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김 지사는 영장이 발부될 경우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중 첫 구속자라는 불명예는 물론, 대선 국면 댓글조작까지 그가 연루됐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에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특검 발족의 본질적 목적인 김 지사의 공모 여부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과 맞물려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오는 25일 1차 수사 기간 60일이 종료된 이후 수사 기간 30일을 연장할 명분 역시 옅어진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18일 새벽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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