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외경제 '파도', 철저히 대비해야 넘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나라 안 경제 사정이 밝지 않은데 대외경제 상황마저 녹록하지 않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의 분쟁 상대가 터키로 확대됐다. 그로 인한 금융위기가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이란, 동남아시아 국가 등 신흥국가와 중소 개발국들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한국으로서도 안심할 수 없다. 또 한국에 바로 타격을 주지 않더라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터키 리라화 폭락을 몰고 온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인 목사의 인도 문제에서 비롯됐다. 터키가 미국의 석방 요구를 듣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산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했고, 리라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터키 리라는 미국 달러와 비교해 연초 대비 가치가 37% 하락했다. 터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는 기준금리를 5%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는 환율 방어를 시작하고 금리도 인상했다. 지난 며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15일 닷새째 하락해 1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리라 하락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사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터키는 15일 미국산 자동차, 주류, 담배 등에 대해 최대 140%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맞불 관세가 위기 상황에 기름을 붓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두 나라 무역 분쟁은 이면에 국제 정세, 국내 정치가 얽혀 있어 풀기도 어려워 보인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걱정하는 우리로서는 터키 사태 앞에 대외경제 악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게 아닌가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성장, 고용, 투자 등 국내 경제 문제만도 씨름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성장 전망치가 3% 밑으로 내려갔고 청년실업을 비롯해 고용 부진이 심각하다. 상반기 체감실업률은 11.8%로 2015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터키 불안의 파급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크니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내외 경제가 매우 복잡하고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불안에는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환율과 자본 유출입을 면밀히 관찰해 급격한 변동이 없도록 하고, 한국 경제의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게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와 금융이 취약한 신흥국 위기나 보호무역주의는 언제든 고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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