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추진위, 가을 연극축제 세부 일정 등 발표
(밀양=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우리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왔고 앞으로도 그 고통은 끊임없이 찾아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비극 같은 삶을 축제로 즐겨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매 순간 살아 있는 연극 무대는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변치 않는 희망을 노래하는 연극은 축제다.”
매년 여름 열렸던 밀양 연극축제를 올해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열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보자면서 젊은 연극인들이 낸 밀양푸른연극제 취지문 일부다.
축제를 앞둔 젊은 연극인들이 내놓은 취지문 치곤 너무 비장한 느낌이 든다.
까닭은 바로 올해 연극축제 중단 여부까지 거론하게 만들었던 '이윤택 쇼크'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 밀양연극촌을 사실상 만들어 운영하고 17년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관장해온 그가 성폭력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다.
'거물'로 통했던 이 감독이 연극계나 밀양지역에 던진 충격은 너무 컸다.
연극인들과 밀양시는 밀양연극촌과 밀양연극축제를 원점에서 다시 짓고 시작하는 느낌으로 가을 연극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설과 시스템을 정비하고 준비하느라 여름에 열렸던 축제 시기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로 늦춰졌고 기간도 줄었다.
축제명도 올해 임시로 '밀양푸른연극제'로 정했다.
주제는 '치유, 성찰, 새 희망'이고 슬로건은 '연극,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다'로 확정됐다.
연극인들은 물론 밀양시 공무원들도 충격에 빠져 '과연 올해 연극축제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국의 젊은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밀양연극제를 살리자'면서 모였다고 한다.
이를 모태로 '밀양푸른연극제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명예추진위원장에 박일호 밀양시장과 배우 손숙, 추진위원장에 안태경 전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추진위원으로는 이승우(극단 극악무도 대표), 이준우(극단 배다 대표), 문재호(연출가) 등 연극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연극인이 나섰다. 남긍호(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심상교(부산교대 교수), 박장광(밀양시극단 엠 스토리대표) 등 16명이 마음을 모았다.
연극제 프로그램은 젊은 우수연극 초청작 9편, 밀양시 극단 초청작 3편, 낭독공연 공모 선정작 7편, 밀양시민생활예술 프린지공연 10편 등 29편으로 이뤄진다.
특히 올해 연극제 주제를 담은 9편의 젊은 우수연극 초청작의 경우 극단 '마방진'을 비롯해 '여행자', '불의전차','극공작소301' 등에서 활동하는 미래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 갈 젊고 수준 높은 출연진이 대거 참여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르 또한 가족극, 청소년극, 음악극 등 연령대별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줄 작품을 마련, 밀양시민뿐만 아니라 연극을 사랑하는 전국 관객을 기다린다.
부대 행사로 마련될 연극 포럼, 전문가와 함께하는 포럼, 젊은 연극인 현장 포럼 등 다양한 형식의 포럼에선 연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위기를 맞은 한국 연극이 갈 길에 대한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태경 밀양푸른연극제 추진위원장 겸 총감독은 15일 "올해 연극제 명칭 등은 젊은 연극인이 주축이 돼 정한 것으로 한시적"이라며 "내년 이후 중·장기적 계획은 이번 행사 중 포럼 등 논의와 밀양시 용역 등을 통해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밀양연극제를 중단 없이 이어감으로써 향후 국제적 공연예술축제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축제 시기를 가을로 옮겼지만, 밀양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연극 애호가들이 함께 재미와 감동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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