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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공방 끝 무죄…안희정 재판으로 본 2차 피해와 방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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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공방 끝 무죄…안희정 재판으로 본 2차 피해와 방어권
"선정성·사생활 침해 심각" vs "피고인 방어권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4일 무죄 선고로 막을 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사건 1심 재판은 숱한 '2차 피해' 논란을 낳았다.
성 관련 사건에서 얘기하는 2차 피해는 흔히 성범죄 피해 폭로에 따르는 뒷소문, 낙인찍기 등을 일컫는다.
이번 사건은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 전 지사와 그의 비서 사이에 일어난 일인 데다 성 관련 사건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재판 시작 단계에서 "피고인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는 근거 없는 풍문 등에 의한 사생활 관련 변론은 제한하고 힐난성 심문도 불허한다"고 못 박았다.
방어권과 김씨 사생활 보호를 모두 보장하겠다는 취지였으나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변호인 측은 지난달 11일 제4회 공판기일에 김씨 후임 수행비서를 증인으로 불러 "피해자가 가족관계나 이성관계를 얘기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검찰의 이의제기 후에도 김씨의 혼인관계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부적절하다면 속기록에서 삭제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다른 증인의 증언 중 김씨가 다른 사람들과 술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변호인 측은 안 전 지사의 대선경선 캠프나 도청 분위기가 수직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라고 했지만, 김씨 얼굴이 그대로 공개된 것이 문제였다.
김씨가 방송에 나와 실명과 얼굴을 밝히고 폭로하기는 했어도 그를 가명으로 지칭하며 익명화한 법정의 태도와는 배치되는 변론 행위였다.
이틀 뒤 제5회 공판기일에서 피해자 측 변호사는 의견 진술 기회를 요청해 "피고인 측 증언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사진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묻는 등 피해자 (주장) 탄핵이라는 미명하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2차 피해와 관련한 검찰이나 김씨 측 주장에 대해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론마저 2차 피해로 몰아간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하면서 "이 사건은 언론의 파급력을 통해 김씨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고 일방의 주장이 전달됐다"며 "형법상 범죄는 별개인데 안 전 지사가 범죄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카카오톡 대화 등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런 것이라도 없었다면 누가 피고인의 말을 믿어줬겠는가"라며 "2차 피해가 있었던 것은 맞다. 다만 피고인 측 증언이 공개돼서 편향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재판에서든 피해자를 탄핵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우리가 충실히 언급할 수 있는 문제도 제지된 적이 있었다"며 "2차 피해 의도는 추호도 없었고 오직 재판부를 향해 변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이 행사됐다는 검찰 주장, 안 전 지사는 무죄라는 변호인단 반박, 2차 피해와 방어권에 얽힌 논란을 모두 검토한 다음 이날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서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의 일"이라고 판시했다.
또 "일견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성폭력 피해나 2차 피해로 인한 충격에 의한 것인지를 고민했다"며 "피해자가 학습된 무기력 상태나 심리적 얼어붙음 등의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봤으나 제반 증거와 사실관계에 기초해 평가할 때 이런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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