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日 원코리아페스티벌은 숙명" 박사논문 쓴 김희정씨
"'원코리아', '하나'라는 상징성 통해 공생과 통일 담론 포용"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대학 졸업 후 청운의 꿈을 품고 1991년 일본 오사카대로 유학을 간 20대 여성은 우연히 오사카 성에 들렀다가 3만여 명이 운집해 열리는 '원코리아 페스티벌'의 열기에 휩싸였다.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가 먼저 하나가 돼 '원코리아'를 실현하고 나아가 아시아 시민, 아시아공동체, 세계시민을 지향한다는 이 축제 개최의 취지에 공감해 그는 바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이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일본에 건너가 27년째 이 행사가 원활하게 열릴 수 있도록 실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뛰고 있는 김희정(53) 씨 이야기다. 매년 가을 열리는 이 축제는 1985년 정갑수 원코리아 페스티벌 실행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재일동포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됐다.
김 부위원장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도 이 축제가 재일동포 사회와 일본 사회, 고국과 각국 재외동포 사회에 던진 의미 등을 연구해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했고, 지난달 말 인제대학에서 '재일동포사회의 통일문화운동에 관한 연구 -원코리아 페스티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박사 논문을 내놓았다.
오는 17일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김 부위원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코리아 페스티벌이 통일문화운동을 통해 재일동포사회의 화합을 촉진하고 민족 정체성을 재구성함과 동시에 일본 사회와의 공생을 도모했다는 성과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자료들을 모았고, 2년여 노력 끝에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축제는 '원코리아', '하나'라는 상징성을 통해 재일동포 공동체의 공생과 통일 담론의 포용을 추구한 새로운 시도였다"며 "한반도보다 더 첨예한 냉전의 대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일동포 사회에서 34년간 지속한 이 축제야말로 마음의 통일, 감수성의 통일이라는 가치와 수단을 통해 공동체 간의 교량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다시 한 번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논문은 통일문화 및 원코리아 페스티벌의 개념과 분석, 통일문화운동으로서의 원코리아 페스티벌, 원코리아 페스티벌의 통일 문화적 특징 등을 소개했다.
원코리아 페스티벌이 그동안 한반도의 통일문제와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테마를 문화 축제를 통해서 펼쳐온 의의와 다양한 결과물을 연대별로 정리해 규명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남북으로 지지가 엇갈린 재일동포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우익세력들의 경계와 억측, 방해는 일본 사회에서 지지와 동의를 확보하고 행사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사회적 편견과 오해,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 수많은 장애물 속에서도 30년 넘게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축제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실천하는 많은 재일동포가 있었고 역사 앞에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34회 원코리아 페스티벌은 11월 10∼11일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열린다. 그는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올해 축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김 씨는 "아직도 비핵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문화 다양성과 감수성의 통일 문화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올해 축제에는 고국에서 많은 분이 발걸음 해주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인제대 출강도 하게 되는 그는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미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미력하나마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통일문화 교육에도 힘을 쏟고 싶고, 통일문화 운동도 지속해 실천해 나갈 계획입니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