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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난 포춘쿠키 아냐' 아시아 여성 성적대상화에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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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난 포춘쿠키 아냐' 아시아 여성 성적대상화에 반격
유명 예술행사 오프닝 파티의 아시아 여성 성적대상화 비판 전시회

[※편집자 주 = 독일 수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힙(hip)'한 도시로 부상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유산을 간직한 회색도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로 인해 자유분방한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엔 유럽의 새로운 IT와 정치 중심지로도 각광받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특색 탓인지 베를린의 전시·공연은 사회·정치·경제적 문제의식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힙베를린'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창(窓)으로 삼아 사회적 문제를 바라봅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흑인 남성이 붉은색 옷을 입은 아시아 여성의 손을 밧줄로 꽁꽁묶고, 여성의 입에 개목걸이를 채웠다. 그리곤 여성을 끌고 다니며 관객들에게 "여성과 키스하길 원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응한 관객은 키스하는 듯하며 여성의 입에 있는 초콜릿을 받아먹는다.
그리고선 흑인 남성은 관객에게 '포춘 쿠키'를 선물로 준다.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나는 포춘 쿠키가 아니다'(I am not a fortune cookie) 전시에서 이뤄진 작가 케이트 허스 리가 직접 표현한 행위예술이다. 아시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문제를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기 위해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등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모여 이뤄졌다. '포춘 쿠키'는 운세가 적힌 종이 띠를 넣고 구운 과자인데, 모양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시는 지난 4월 말 베를린의 예술행사인 '베를리너 갤러리 주말제'의 오프닝 파티에서 아시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에 대한 반발에서 조직됐다.
오프닝 파티의 제목이 '해피 엔딩'인 데다, 홍보 포스터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성적 판타지를 드러낸 일본 '춘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해피 엔딩'은 유사 성행위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오프닝 파티는 패션 블로그 '댄디 다이어리'에 의해 기획됐다.
'댄디 다이어리'는 2012년 '패션 포르노'를 만들어 개봉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독일 주요 예술 행사의 오프닝 파티를 맡아왔다.
또한, 성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피 엔딩' 오프닝 파티에서의 성적 논란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나는 포춘 쿠키가 아니다' 전시에서는 독일의 한국계 이민 2세인 최선주 영화감독 겸 작가도 참여했다.
그는 전시에서 게이로서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책 '다크 룸'을 펴낸 중국계 작가 자이롱 시앙과 대담을 했다.
최 감독은 1968년 독일에 처음 도착한 파독 간호사와 관련한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다.
영상에서는 독일 방송사인 WDR 리포터가 간호사들과 비행기에서 내린 독일 매니저에게 "몇 개를 더 구할 수 있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왔다.
몇 명의 간호사가 한국으로부터 더 오느냐는 취재의 질문에서 파독 간호사를 물건 취급한 셈이다.
당시 한 신문이 파독 간호사들을 계단에 모델처럼 나란히 줄지어 서게 연출해 찍어 게재한 사진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종차별과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진의 경우 간호사 자체로 바라본 게 아니라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당시 독일 남성 사회가 아시아 간호사를 부인과 누나, 창녀 등 복합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백인 남성들에겐 아시아 여성을 얌전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와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측면이 남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포함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이뤄져왔다.
한국계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등 독일의 아시아계가 모인 코리엔테이션이라는 단체가 10여 년 전부터 베를린을 중심으로 영화제와 전시회, 출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아프리카 출신들이 만든 단체들과의 연대도 진행되고 있다.
최 감독은 "피해자로서 이를 알린다기보다 독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권한을 찾겠다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힙베를린 #hipberlin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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