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의회 여성 정치인 진출 확대한다
총선 출마자 뽑는 최종 후보 명단 절반은 여성에 할당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앞으로 총선 출마자를 뽑을 때 최종 후보의 절반은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로 대표되는 여성 정치인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대표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9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당의장은 전날 런던에서 미래 출마 후보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영국 하원에는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208명의 여성 의원이 있다. 2015년 당시 191명에 비하면 17명 늘어났다.
그러나 보수당의 여성 의원 비율은 21%로 제1 야당인 노동당(4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노동당은 특정 선거구 총선 출마자를 뽑을 때는 여성들로만 최종 후보명단을 꾸리고 있다. 이 경우 총선 출마자는 당연히 여성이 된다.
현재 보수당 내에서 다음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리스트의 여성 비율은 30% 정도다.
루이스 의장은 "이는 충분치 않다"면서 "그동안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여성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출마자를 고를 최종 후보 명단에라도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게 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잡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메이 영국 총리 역시 그동안 더 많은 여성이 정치계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루이스 의장은 아울러 어떤 것들이 여성의 정치 입문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누가 연구를 담당할지, 언제부터 지역구 의원 출마 최종 후보명단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는 정책을 시행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루이스 의장은 이어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처럼 특정 지역구 출마 최종 후보명단을 여성으로만 채우는 정책은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여성 후보를 우대할 경우 능력 있는 남성 후보와의 사이에서 자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권리 캠페인 그룹인 '포셋 소사이어티'의 대표인 샘 스메셔는 일단 루이스 의장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제 도전은 사고방식과 절차적 장애를 넘어서 여성들이 선거구 차원에서 이길 수 있는 위치에 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의 경우 현재 잉글랜드는 여성 의원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웨일스는 4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 지방의회 의장의 17%만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의 정계 진출 숫자가 늘어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하원 의원의 3분의 1이 여성이지만 여전히 선거나 의회 활동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인 콤레스(ComRes)가 지난 1월 하원의원 1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의원 중 55%는 "성별 때문에 다르게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를 포함해 노동당 의원 중 24%, 보수당 의원 중 21%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보고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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