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 1970년대 구식 로켓이 놓인 까닭은
'올해의 작가상 2018'展 참여한 정재호, 국가 주도 근대화 조명
함께 후보 오른 구민자·옥인콜렉티브·정은영도 신작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어릴 적 읽던 '소년중앙' '어깨동무' 같은 잡지에는 UFO 특집, 외계인 특집 같은 것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제 40대 중반을 넘긴 미술가 정재호는 두 딸에게서 자신의 유년 시절과 다른 지점 하나를 발견했다.
"둘을 관찰해보니, 과학기술에 대한 로망이 없어요. (중략) 우리 세대는 막상 의식하지 못했지만, 온통 과학기술과 경제개발과 미래세계의 상상화 그리기 이런 게(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던 거에요." (정재호·국립현대미술관 인터뷰)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 난데없는 로켓 조형물이 등장한 까닭이다. 정재호는 1970년대 연재된 만화 '요철발명왕'에 등장한 달나라 여행 로켓을 실물로 재현한 뒤, '로켓과 몬스터'라고 이름 붙였다.
'로켓과 몬스터'는 기술입국, 과학입국이니 하는 근사한 구호를 내걸고 국가 주도 근대화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던 당시 사회를 불러내면서 그 기제가 여전히 우리 인식에 각인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작품은 마주 보는 벽에 걸린 회화 '청춘'(2012)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처럼 보이는 이들의 정체는 1970년대 장발 단속에 걸린 나팔바지 차림의 청년들이다.
근대화 상징인 도시 풍경의 이면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는 '로켓과 몬스터'를 비롯해 도심 속 낡은 빌딩 혹은 대중문화 이미지를 담아낸 회화 연작 등을 출품한 이번 전시에서도 당대가 우리에게 남긴 흔적을 좇는다.
정재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8' 전시 작가 중 한 명이다. 구민자, 옥인 콜렉티브(김화용·이정민·진시우), 정은영 작가도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정은영은 광복 직후 큰 인기를 누렸으나 이제 소멸할 위기에 놓인 여성국극 작업을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유예극장'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 '가곡실격' '나는 왕이야' 등을 소개한다. 9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한국 근대사에서 여성국극은 전통문화로도, 현대예술로도 자리 잡지 못하고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구민자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은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 정반대에 있는 남태평양 피지의 섬 타베우니를 무대로 한다. 타베우니 섬에서 날짜변경선 동쪽은 오늘이지만, 서쪽은 어제가 된다. 작가와 지인이 직접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각각 하루를 보내고 자정이 되면 자리를 바꿔 생활하는 퍼포먼스를 영상과 설치로 보여준다.
옥인콜렉티브는 2009년 철거를 앞둔 종로 옥인아파트를 배경으로 작가 그룹이 결성된 과정 등을 기록한 '바깥에서'를 공개한다. 인천에 있는 예술가 공동체 회전예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는 별 의미 없는 수다 같다가도, 우리 사회를 예리하게 비춘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열린다.
마지막 심사 후 최종 수상자는 9월 5일 발표된다. 최종 수상자는 1천만 원 상금과 작업 내용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혜택을 얻는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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