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박물관·오션 아트 갤러리도 설립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해양박물관이라면 낡은 목선부터 현대 선박 엔진, 잠수함까지 수집해야 합니다. 이런 자료는 수십 년 지나면 구하지 못합니다. 커다란 배를 보관할 창고형 수장고가 필요합니다."
정확히 취임 한 달을 맞은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9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양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과는 달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유물 수집과 보존, 해양역사문화유산 조사와 연구, 해양 관련 전시를 위해 해양수산부가 부산 영도에 2012년 개관했다.
박물관에는 충무공 이순신이 선조와 광해군에게 올린 상황 보고서 68편에 이항복과 박승종이 쓴 글을 더해 1662년 펴낸 '충민공계초'를 비롯해 일본이 1837년 울릉도와 독도 항해를 금지한 경고판인 '죽도제찰',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 기록물 일부가 있다.
경희대에서 민속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주 관장은 제주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해양 문명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학자이자 해양르네상스위원회 위원장, 국제해양문화위원회 한국 대표를 지낸 해양 전문가다.
그는 해양박물관 제2대 관장에 임명돼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됐다면서 "세계적 항구도시에는 해양박물관이 있고, 규모도 크다"며 "국립해양박물관은 부산에 마련된 해양 클러스터에 있는 문화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주 관장은 창고형 수장고 건립과 함께 어린이박물관, 오션 아트 갤러리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 건물이 하얗고 멋지긴 하지만 실용적이지는 않다"며 "인근에 박물관이 소유한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 컨테이너 건축을 도입해 어린이박물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해양박물관에 '아트' 개념이 없었다"며 "부산시립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잘 구매하지 않는 바다 관련 그림을 꾸준히 사들여 오션 아트 갤러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주 관장은 부산 북항이 재개발되면서 부산항만공사가 역사자료관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국제여객선터미널 건물 전시와 운영에 참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나 폴란드 그단스크에 가면 해양박물관이 본관 건물은 물론 선박이나 크레인, 등대도 분관처럼 관리한다"며 "우리 박물관도 다양한 해양 관련 시설을 계열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관장은 장기적으로 박물관에 수중발굴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 해양문화사를 편찬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양 오천년 기획전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생선을 으깨 만드는 어묵을 고찰하고 싶어요. 바다를 떠도는 사람을 비디오 아트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미 예정된 남극 기획전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라고 했습니다. 부산에 있지만, 국립기관으로서 전국·세계와 교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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