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포비아'…주차금지 확산·별도 주차구역 설정도
"내 차종은 문제없다", "안전진단 받았다" 차주들은 불만 토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BMW가 들어오면 일단 세우고 지하 4층 지정구역에 주차해 달라고 안내합니다. 그럼 99%가 화를 내요. 새로 뽑은 차라 문제없다거나, 최근에 안전진단을 받아서 괜찮다면서…. 그럴 때마다 아주 곤란하죠."
서울 종로구 20층짜리 대형빌딩은 최근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을 만들어놓고 2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은 지하 4층∼지하 6층 등 총 3개 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경비업무를 하는 A씨는 7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건물에 등록된 BMW 차량 수를 고려해서 3∼4일 전부터 임시주차구역을 만들었는데 BMW 운전자들의 불만이 아주 거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차장 관리담당 직원들은 순시를 돌면서 해당 주차구역에 다른 차종이 세워져 있으면 "BMW가 아닌 차종은 타 구역으로 이동하여 주차하시기 바란다"고 적힌 안내문을 창문에 꽂아 놓는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BMW가 입차할 때마다 운전자와 경비 사이에 크고 작은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때에는 BMW가 아닌 다른 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불평을 늘어놓는다.
A씨는 "그나마 주차공간이 넓어서 BMW 임시 주차구역을 만들어놓을 수 있지 주차공간이 협소한 다른 건물에서는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에 입주한 헬스장에 다니는 직장인 B(33) 씨는 "혹시 운동하는 동안 BMW에서 불이라도 날까 봐 걱정된다"며 "임시 주차구역을 만들 게 아니라 아예 입차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행 중이던 BMW 차에 불이 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이 빌딩과 같이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대형건물과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BMW를 거부하거나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도로에서 차를 몰거나, 주차장에 주차할 때 주변에 BMW가 있으면 '저 차도 불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드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BMW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병원은 주차장 입구에 'BMW 520d 지하주차장 주차 금지 안내'라는 제목으로 'BMW 520d 차량 화재 사고로 해당 차량은 1층 여성 주차장을 이용해주길 바란다'는 간판을 세워놨다.
지하에 기계식 주차설비를 갖춰놓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5층짜리 상가건물은 정문에 '방문자 BMW 승용차는 절대 주차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2011∼2012년 판매한 차량에 인제 와서 연달아 불이 나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 결함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BMW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단을 구성해 화재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해당 차량의 사용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하고, 기업들이 소비자를 경시할 수 없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BMW가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형사고발과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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