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들, 티베트 독사에서 고산병 치료제 찾는다
유전자 변형으로 고지대 적응한 메커니즘 연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과학자들이 티베트 고원 지대에 서식하는 독사를 연구해 고산병 치료제를 찾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기관인 중국과학원은 고산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베일리 스네이크'(Bailey's snake)로 불리는 독사를 연구하고 있다.
해발 3천500∼4천m의 티베트 고원 지대 온천이나 늪 주변 수풀에 사는 이 독사는 진화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연구 결과 이 독사는 EPAS1 유전자가 변형돼 매우 강렬한 자외선 노출과 공기 중 산도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PAS1 유전자는 심장을 형성하고, 심장 보호에 중요한 신경 호르몬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이다.
고산 지대에 사는 인간에게서도 EPAS1 유전자 변형이 발견됐으며, 이 변형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이나 뱀은 혈액 세포가 산소를 몸 안에 운반하는 과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베일리 스네이크와 인간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EPASI 유전자 변형을 깊이 있게 연구하면 고산병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산병은 해발 2천∼3천m 이상 되는 고지대로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해 나타나는 급성반응으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은 물론 최악에는 뇌와 폐의 치명적인 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국과학원의 리지아탕 연구원은 "티베트 고원이나 남미 안데스 산맥 등을 등반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에게서 고산병이 발견되는데, 이번 연구가 진전되면 고산병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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