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갈등 속 첨단기술 훔친 중국인 학자 잇단 적발
미중 무역전쟁 촉발한 '기술도둑질' 생생한 사례로 부각
GE 기술 中경쟁업체로 넘기고 의학용 볍씨 신기술 빼돌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분쟁 속에 잇따라 미국의 첨단기술을 훔친 중국인 학자들을 적발했다.
5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전력부문 엔지니어 정샤오칭(鄭小淸)을 기술 기밀이 담긴 디지털 파일을 훔쳐 GE의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체포했다.
정샤오칭은 지난 2008년 GE에 들어간 이후 GE 전력부문의 터빈, 엔진 기술 및 데이터 기밀을 절취해 중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GE 전력부문의 모든 기밀에 대해 접근권을 갖고 있던 그는 기밀로 분류된 39건의 설계도와 흐름도에 암호를 설정한 뒤 이를 기밀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풍경 사진의 이진법 코드에 숨겨 자신의 이메일 계정에 송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정샤오칭은 2014년 회사 컴퓨터에 있던 1만9천건의 파일을 USB 메모리카드에 복제했다가 감사팀과 면담에서 "이미 모든 파일을 삭제했다"고 주장해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정샤오칭이 GE가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암호 파일 400건을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며 감시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정샤오칭은 지난 2년여간 5차례 중국을 다녀왔고 2015년에는 동생과 함께 중국 난징에 항공기술 회사를 설립해 자신이 법인 대표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정샤오칭은 자신의 중국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정샤오칭은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 대상자로 현재 미국과 중국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상태다. 그가 천인계획 인재로 랴오닝(遼寧) 톈이(天一)항공기술공사를 방문했을 당시 그가 지닌 미국의 항공기 엔진 기술이 중국의 엔진 핵심기술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정샤오칭은 지난 3일 10만 달러 상당의 비현금 물품을 담보물로 잡히고 전자감시장치를 차는 조건으로 보석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 아칸소주 동부검찰은 최근 의학용 첨단 볍씨 신기술을 절취한 혐의로 중국인 농학자 류쉐쥔(49)과 쑨웨(36)를 상업기밀 절취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홍콩 신보(新報)가 보도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미국의 쌀 연구상황을 보러 아칸소주 등을 비롯한 미국 연구시설을 방문했던 이들은 중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할 때 세관에서 짐가방에 든 볍씨를 발각당했다.
캔사스주 정크션시의 육종업체 '벤트리아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이 볍씨는 추출해 나온 단백질로 인혈청 알부민이나 락페토린 등 각종 건강의약 물질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트리아 측은 이 볍씨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유출됐을 경우 그 여파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류쉐쥔과 쑨웨의 시찰 일정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와 있던 농학자 장웨이창(51), 옌원구이가 짠 것으로 이들은 이미 혐의를 시인하고 수감된 상태다. 장웨이창은 지난 4월 10년 1개월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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