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비밀리에 무역전쟁 타협 모색했으나 실패
"상호 불신 커 타협 끌어내는 데 어려움 겪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이 비밀리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타협을 모색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대미 무역 협상을 총괄하는 류허 중국 부총리를 초청해 중국 당국이 미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려고 했다.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선두기업인 네덜란드 NXP를 440억 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는 안을 추진했으나, 9개 관련국 중 중국 당국의 승인만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요청에도 중국 당국은 끝내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퀄컴은 지난달 말 NXP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혀 미·중 무역전쟁의 첫 피해자로 남게 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의 고위관료들도 중국 무역협상 대표 중 한 명인 랴오민(廖岷)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과 회동해 양국의 무역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했다.
이 소식통은 "회동의 목적은 더욱 공식적인 협상을 준비하려는 것이었으나, 양국의 상호 불신으로 인해 진전이 더뎠다"며 "미국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길 원했으나, 중국은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양국 관료들은 최근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6.9위안을 기록해 위안화 가치는 최근 15개월 동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상호 불신은 양국 전문가들이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투신취안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미국은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너무 급격한 변화를 바라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미국 비영리기구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제이크 파커 부대표는 "미국은 중국이 시장 경제를 수용해 국유기업 지원을 줄이고, 외국인 투자를 자유화하길 원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만 중국은 미국 정부와 재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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