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교도관들, 월드컵 8강전 패배에 죄수들 고문하며 분풀이"
인권변호사 죄수 면담 결과 공개…"피멍 들게 때리고 전기충격기도 사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달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8강전 패배에 대한 분풀이로 죄수들을 폭행하고 고문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R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시베리아 자바이칼주(州)의 제5번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러시아가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깝게 패하자 죄수들을 상대로 폭행하는 등 화풀이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1일 이 교도소의 죄수들을 면담한 인권변호사들의 폭로로 알려졌다.
변호사와 면담한 죄수 알렉산드르는 교도관 여러 명이 월드컵 경기 뒤 자신을 도서관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전기충격기로 고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교도관들에게선 모두 술 냄새가 심하게 났으며 크로아티아전에 진 것에 낙담해 내게 화풀이를 한 것으로 보였다"며 "다른 죄수 몇 명도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문을 당한 뒤 감방에 돌아오니 (다른 죄수) 미하일이 알몸 상태로 앉아 있었다"며 "그의 얼굴과 등에는 피가 맺힌 상처가 있었고 눈 밑은 멍이 들어 부어올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하일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교도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고 소개했다.
이 교도소의 다른 복역수 예브게니도 같은 날 동료 죄수들이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옆 감방에서 죄수들의 비명이 들렸고 전기충격기를 사용하는 소리도 들렸다"면서 "이에 술렁거리는 다른 감방 죄수들에게는 최루탄이 사용됐다"고 진술했다.
인권변호사들은 죄수들과의 면담 결과를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에 제출해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교도소에서의 죄수 학대는 고질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권리 구역'은 지난달 말 교도소에서의 고문 실상을 신고받는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7일 크로아티아와의 8강 대결에서 전후반 90분까지 1-1, 연장전까지 2-2로 비겼으나 승부차기에서 3-4로 석패했다.
이로써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52년 만에 준결승 진출을 노렸던 러시아의 꿈은 안타깝게 좌절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의 러시아는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로 월드컵을 주최하는 처지였으나 조별 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잇달아 격파하는 예상 밖의 선전으로 1986년 이후 32년 만에 16강 무대를 밟았다.
러시아는 뒤이어 16강전에서도 우승 후보였던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접전 끝에 무너뜨리는 돌풍을 일으키며 8강까지 올라 갔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