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잔인하게 살해한 러 세자매 사건 파문…"학대 못이겨 범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 자매가 아버지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국의 조사 결과 범행을 저지른 딸들은 오랫동안 아버지의 심한 학대와 협박 등에 시달리며 심리적 고통을 느껴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31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27일 저녁 모스크바 북쪽 알투페예프스키 대로의 한 아파트 계단참에서 57세 남성이 몸 여러 곳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이튿날 경찰은 이 남성의 17, 18, 19세 딸 3명을 부친 살해 혐의로 체포했고 이들은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마약 복용 뒤 환각 상태에서 자신들을 흉기로 먼저 공격했고 이에 자기방어 차원에서 부친이 갖고 있던 흉기를 빼앗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된 남성은 목과 가슴 등 몸 30여 곳에 자상을 입고 숨졌다.
구금자들을 위한 인권단체인 '사회감시위원회' 모스크바 지부 관계자는 31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세 자매를 면담한 뒤 "아버지가 딸들을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하고 옆에서 시중을 들게 하는 등 노예처럼 다루고 집에 보관 중이던 사냥총, 권총, 칼 등의 무기로 지속해서 협박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살해된 남성이 평소 마약을 복용했으며 사건 당일에도 마약을 먹고 흉기로 딸들을 위협했다고 전하면서 이 남성의 차에서 2kg의 헤로인과 무기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몇 년 전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부터 딸들을 노예처럼 더 심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매의 친구는 피살 남성이 딸들을 폭행하고 성폭력을 가하겠다고 협박도 해 세 딸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세 자매를 '공모에 의한 집단 살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이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최대 무기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