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특정업무 경비 지적받자 특활비로 전환 추진
감사원 2012년 "헌법기관 중 최악" 지적…'지출내역 미공개' 특활비로 전환
2015년부터 특활비 예산받아…총 11억 중 양승태 2억 사용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감사원의 특정업무경비 실태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후 사용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특수활동비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실제로 2015년도 사법부 예산부터 특수활동비가 책정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원이 특정업무경비 감사를 피할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예산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2014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2년 6월 감사원으로부터 특정업무경비 실태에 대한 지적사항을 거론한 후 이에 대한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특수업무경비를 특수활동비나 업무추진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문건은 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법부는 실제로 2015년 예산부터 특정업무경비 대신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법원행정처가 문건내용대로 특정업무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실제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법원행정처의 문건이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감사원 지적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돼 실행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당시 감사원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사태로 특정업무경비 사용실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주요 헌법기관을 대상으로 특정업무경비 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사법부는 헌법기관 중 특정업무경비 집행지침 위반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정업무경비는 특수활동비와 달리 그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이를 증빙해야 하는데, 사법부는 구체적인 지출사유를 기재하지 않아 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법원장에게 지급되는 판례자료 조사 수집비를 정해진 금액을 초과해 지급하고, 사법운영 활동비를 집행내용 확인서만을 받은 채 지급해 정당한 자금 집행이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심지어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집행지침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감사내용은 당시 외부로 공표되지 않았지만, 법원행정처는 추후 감사원이 지속적으로 실태감사를 할 경우 감사결과가 공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특정업무경비 예산이 삭감되거나 언론에 보도돼 사법부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회나 시민단체의 질의요구 등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대응방안은 특정업무경비 제도개선이 아닌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는 것이었다. 문건에는 지출내역 제도개선 등의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기재돼 있지만, 핵심은 특정업무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전환하는 방안이었다.
결국 이듬해 사법부 예산에는 법원행정처의 바람대로 특정업무경비 대신 특수활동비가 포함됐다.
이후 사법부는 현재까지 총 11억 4천여만원을 특수활동비로 배정받았다. 그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억2천300만원,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각각 9천400만원과 6천400만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도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3천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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