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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철저히 처벌하라"…中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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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철저히 처벌하라"…中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 항의
상경 시위 벌여…美 대사관 SNS 글에 수많은 정부 비판 댓글 달려
리커창 "불량 백신 제조자, 엄벌 처하고 영구적 시장 퇴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이 유통돼 영유아에게 접종된 중국 '백신 스캔들'에 분노한 피해자 부모들이 중국 수도 베이징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31일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청사 앞에는 불량 백신을 접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영유아들의 부모 20여 명이 찾아가 항의시위를 했다.
민원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수도 베이징의 정부청사를 찾아가는 '상팡'(上訪)은 사회 불안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이 엄격하게 단속하는 행위이다.
당국의 단속에도 피해아동 부모들이 상팡한 것은 이번 불량 백신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중국 제약기업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우한생물제품연구소'는 불량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과 광견병 백신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발각되자 이를 전량 회수했다.
이들은 "백신 규제 법규를 반드시 제정하라", "책임자를 철저하게 처벌하라",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허난(河南) 성 농민 허팡메이(何方美) 씨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두 살배기 딸에게 우한연구소의 백일해 백신과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딸이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
백신 접종 이전에는 서서 잘 걸어 다녔던 딸이 운동능력을 상실해 앉는 것은 물론 누워서 몸을 뒤집을 수도 없었다.
허 씨는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대려고 빚까지 내야 했지만 딸은 아직도 서거나 물건을 집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허 씨는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은 수많은 피해 아동 부모들이 항의에 동참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를 위해 반드시 정의를 실현하고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멜라민 분유'로 신장결석을 앓은 피해 아동 부모들의 단체를 이끈 자오롄하이(趙連海)는 "현재 400여 명의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이 연대해 피해 아동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자료를 모은 후 보건당국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춘창성 공장이 있는 창춘(長春) 시에서도 피해 아동 부모들이 공장 밖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려다가 공안당국에 끌려가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전날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 수많은 정부 비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미 대사관은 이 글에서 1955년 4만 명 이상의 영유아가 미국 제약기업 커터 연구소가 만든 불량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했다가, 1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마비 증상을 보인 '커터 사건'을 언급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커터 연구소는 물론 관련된 감독당국 관료 등을 엄하게 처벌하고, 엄격한 백신 규제 체계를 만들었다.
이 글에 중국 누리꾼들은 1천여 개 이상의 댓글을 달았다. 1천8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2천700여 명은 자신의 계정에 재포스팅했다.
누리꾼들은 "나는 과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거나 사임하는 관료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신은 쑨셴쩌에 대해 알고 있느냐" 등의 댓글을 달았다.
쑨셴쩌는 2008년 멜라민 분유 사태에 연루돼 면직됐지만, 이후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는 2014년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 의약품안전총감을 맡은 데 이어 2015년 부국장으로 승진했고, 현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교육과학위생체육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다.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무원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관련됐거나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거액의 벌금은 물론 징역형 등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제약업계에서 영구 퇴출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에서 문제의 백신을 전량 수거 및 폐기하고, 중국 46개 백신 제조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증시에서 창춘창성 주식은 10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이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이 140억 위안(약 2조3천억원)에 달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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