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싱가포르 ARF, 비핵화·종전선언 돌파구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이번 주 후반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탓에 외교적으로 대결의 장이 되었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크게 바뀐 상황에서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최근의 소강상태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대와는 달리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핵화 핵심 문제를 논의할 워킹그룹 구성에 북미가 합의하고도 아직 워킹그룹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협상의 추동력을 잃지 않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 되고 있다. 북한은 ARF에서 종전선언을 거듭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관련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에 비핵화와 평화정착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동안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역지사지로 상대 입장을 배려하면서 동력을 살려 나가야 한다.
우선 미국은 '비핵화 협상 초기 종전선언'에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와 실행에 앞서 종전선언이라는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은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평화협정과도 다르다.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이해되지만, 큰 틀에서 방향이 맞는다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ARF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뒤 9월 하순 예정된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 간 만남과 종전선언이 현실화된다면 또 한 번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과 관련된 구체적 조치도 빠르게 합의돼야 한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핵 관련 리스트 신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핵화 시간표 합의, 검증 방법 등 논의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비밀리에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의 한 대형 무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를 제작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핵화 협상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종전선언에 주저하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북한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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