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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논란 총선승리 훈센, 74세까지 '노욕'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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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논란 총선승리 훈센, 74세까지 '노욕' 채울까

'킬링필드' 폴포트 몰아내고 근대화 추진했지만 33년 집권 '독재자'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총재 훈센 총리(66)는 공산 게릴라로 출발해 캄보디아의 근대화를 주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여당의 라이벌인 제1야당을 해체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권연장 욕심 탓에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근대화를 주도한 지도자보다는 독재자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지난 1951년 프놈펜 북부 캄퐁참 주(州)에서 프랑스 점령군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대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3세에 출가해 사원 부설 사숙(私塾)에서 수학했다.
론 놀 장군이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외유를 틈타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뒤인 1970년 그는 19살의 나이로 공산 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 산하 비밀조직인 마키스에 입단했다.
그는 1975년 수도 프놈펜 입성 전투에서 왼쪽 눈을 잃으면서도 임무를 완수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공산화에 성공한 폴포트 정권이 '킬링필드' 대학살을 저지르면서 부친과 친척까지 반혁명분자로 살해하자, 훈센은 1977년 동료 4명과 함께 베트남으로 탈출했다.
국경을 넘자마자 베트남군에 체포된 그는 수용소에 갇혀서도 폴포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동조자를 규합했다.
이웃 국가의 극좌 정권에 불안을 느낀 베트남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훈센은 1978년 12월 캄보디아를 공격해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28세의 나이로 실권자가 된 훈센은 국가주석에 폴포트 붕괴에 기여한 캄보디아 구국 전선 지도자를 앉히고 자신은 외무장관에 올라 신흥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 공로로 그는 부총리를 거쳐 1985년 약관 34세의 나이로 총리가 된다. 세계 최연소 총리였다.
총리가 된 이후 캄보디아의 내전을 종식하는 데도 기여했지만, 1993년 5월 총선에서는 시아누크 국왕의 아들인 라나리드가 이끄는 민족주의 정파 푼신펙당(FUNCINPEC, 민족연합전선)에 패해 연정을 구성하고 제2 총리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총선에서 훈센은 캄보디아인민당(CPP)을 이끌고 승리해 다시 전권을 쥐었고, 2003년 재선된 뒤에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개발독재를 추진했다.
이후 사실상 위기 없이 총리 자리를 지켜온 훈센은 지난 2013년 총선에서 어렵사리 이긴 뒤 74세까지 통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전체 123석의 의석 중 68석을 확보한 훈센의 CPP는 55석을 차지하며 따라붙은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성장에 큰 위협을 느꼈다.
CNRP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44%의 득표율로 훈센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에 대한 반감이나 개발독재로 인한 근대화에 대한 향수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과 낙후한 경제에 환멸을 느낀 젊은 층이 이런 야당의 선전을 뒷받침했다.

위기감을 느낀 훈센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는 누명을 씌워 CNRP를 강제 해산하고,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도 금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훈센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에 잇따라 '세금 폭탄'을 던져 폐업시키거나, 친정부 인사에게 매각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33년 집권한 훈센의 이름 앞에 '독재자'라는 수식어가 더 자주 붙게 된 이유다. 반정부 인사들은 물론 국제사회는 이런 배경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를 '엉터리 정치쇼'로 규정해 보이콧했다.
하지만 훈센은 이런 비난에 굴하지 않았다. 야당 및 언론 탄압을 문제 삼는 미국과 서방을 멀리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밀착 관계를 강화했다.
이런 논란에도 이미 캄보디아를 33년간 통치하면서 세계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갖게 된 그는 이번 총선 승리로 5년을 더 집권할 수 있게 됐다.
훈센의 추가 집권기간 안에 캄보디아의 정치 지형을 바꿀만한 대안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74세까지 집권하겠다는 그의 노욕(老慾)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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