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추락, 아마존은 순풍…희비 엇갈린 'FANG' 주식
성장둔화 우려 페이스북 시총 134조원 감소
아마존, 클라우드 업고 역대 최고 순이익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 증시의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거대 기술기업들인 이른바 'FANG'의 신화가 깨졌다.
FANG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은 성장둔화 우려에 시가총액이 26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천191억달러(약 134조원)가 날아갔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가 신규 이용자 증가 부진으로 주가가 미끄러진 데 이어 나온 결과다.
다만 이날 아마존은 실적 발표 후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앞서 23일에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깜짝 실적을 낸 뒤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FANG 기업들이 엇갈린 길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구분 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술 거인들은 새로운 이용자를 끊임없이 모으며 매출과 순이익을 늘려왔고, 그 결과 주가는 치솟았다.
아마존은 주가가 올해만 50% 넘게 올랐고 페이스북도 2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연초대비 23% 상승했다.
하지만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는 하루 만에 19%나 추락해 올해 상승분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페이스북의 일일 시가총액 감소액 1천191억달러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세계적으로는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의 시가총액이 2008년 10월 하루 만에 1천432억달러 감소한 것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맥도날드와 나이키 같은 기업의 시총 전체와 맞먹는 금액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도 706억달러로 하루 사이 159억달러가 줄었다. 그는 세계 부호 순위에서 6위로 3계단 떨어졌다.
페이스북의 실적 보고서는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다. 이 회사의 분기 매출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다소 못 미쳤다. 페이스북은 향후 매출 증가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의 가장 큰 문제는 쉽게 성장하던 시절은 끝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여러 스캔들로 타격을 입었지만, 이미 세계 인터넷 인구의 3분의 2인 22억3천만명이 페이스북을 쓰고 있어 이제는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기 힘든 것이 회사의 최대 문제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때문에 FANG 그룹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졌지만, 아마존은 이를 누그러뜨렸다.
아마존은 온라인쇼핑 시장을 굳건히 지배하고 마진이 높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급성장한 데 힘입어 분기 순이익이 20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순익은 25억3천만달러로 1년 전의 1억9천70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시노부스트러스트 포트폴리오의 대니얼 모건 매니저는 페이스북과 넷플릭스의 부진 이후 나온 아마존 실적에 대해 "크게 안도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대해 말했다.
아마존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2% 오른 1천866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홀푸드 인수를 통해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9천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9천550억달러에 육박했다.
롱보자산운용의 잭 달러하이드는 "기술기업 전체에서 아마존의 미래가 가장 밝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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