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우 아동학대예방협회 울주군지회장 "아동학대 처벌은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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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 성민이 사건'과 관련한 무분별한 사진들이 인터넷을 떠돌며 남은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반드시 삭제돼야 합니다."
정은우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울산 울주군지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성민이 사건 등 아동학대 피해 가족들의 잊혀질 권리를 부디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지회장은 현재 아동학대예방 활동가 중 성민이 가족과 소통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2014년 울산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서현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예방 활동을 시작한 정 지회장은 아동학대 피해 가족들의 모임에서 성민이 아버지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런 정 지회장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성민이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울산 성민이 사건'과 관련해 법 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현재 참여 인원이 30만 명을 넘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청원자는 청원 글에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형량과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면서 "관련 법을 꼭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지회장은 "국민청원 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청원을 계기로 성민이 사건과 관련된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사진들이 다시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어 가족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SNS 등에서 '성민이 사건'을 검색하면 사망 당시 성민이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모자이크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게시돼 있다. 또 성민이 가족의 사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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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국민청원 글에도 이러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링크가 첨부돼 있다.
정 지회장은 "이 사진들은 당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에 성민이 가족이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보는 가족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에 따르면 성민이 가족들은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성민이 사진들이 모두 삭제되길 바라고 있다.
정 지회장은 "특히 현재 고등학생인 성민이의 형이 사진을 보면 어떤 기분이겠냐"며 "남은 가족의 삶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사진은 지워져야 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정 지회장은 비단 성민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학대 범죄 피해 가족들도 같은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부분의 피해 가족들이 '잊혀질 권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이들의 삶과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부디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지회장은 사진 삭제와는 별개로 국민청원 취지에 대해서는 "아이들은 지속적인 방임과 학대, 폭력 등을 버티다 버티다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들의 고통에 비해 처벌과 형량은 아직도 약하다. 더 강화돼야 한다"며 공감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민이 아버지도 성민이 사건을 계기로 뭔가 변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했다"면서 "그 점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울산 성민이 사건'은 2007년 5월 울산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이성민(당시 2세) 군이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원장 부부가 성민 군의 복부를 주먹과 발로 폭행한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죄 등을 적용했으나 원장 부부는 성민 군이 피아노에서 떨어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이들이 아이를 학대한 것은 맞지만, 상해치사죄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만 유죄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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