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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지급' 사실상 거부…당혹스러운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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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지급' 사실상 거부…당혹스러운 금감원

"5만5천명에 4천300억 모두 주라"고 했지만, 삼성생명 "그렇겐 못해"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박의래 기자 = 강모씨는 2012년 10억원을 내고 10년 동안 매월 운용수익을 연금처럼 받는 삼성생명[032830]의 만기·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만기가 되면 원금 10억원을 돌려준다. 매월 연금액은 공시이율로 산출되는데, 공시이율이 아무리 낮아져도 2.5%는 주겠다는 최저보증이율 조건이 붙었다.
최저보증이율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1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2천500만원(월 208만원)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실제 운용한 자산은 강씨가 낸 원금 10억원 보다 적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사업비 등을 뗀 약 9억4천만원이 운용자산이었다.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운용하는 것은 모든 보험상품의 특징이다.
만기 때는 원금을 채워 돌려줘야 하므로 매월 연금액을 줄 때 일부를 준비금으로 떼고 준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공시이율도 하락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9억4천만원에 공시이율을 곱하니 연금액이 강씨가 애초 예상한 최저금액인 208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겼다.
여기에서 준비금까지 공제한 결과 2016∼2017년에는 연금액이 매월 130만∼140만원에 불과했다.
강씨는 매월 연금액이 최소 208만원은 보장돼야 한다고 따졌다. 약관에는 이와같은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약관에 '연금액은 산출방법서로 계산한다'는 문구가 있고, 이를 어기지 않았다고 맞섰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강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더해 만기 환급금을 맞춰 주려고 매월 준비금을 뗀다는 설명도 약관에는 없었던 만큼, 준비금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이와 같은 개별 민원에 대한 분조위 조정 결과를 거부할 경우 '보복 검사'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고 수용했다.

그러나 민원 1건에 대한 조정 결정을 전체(5만5천건)으로 확대 적용하라는 금감원 권고에 난색을 보였다.
돈을 달라고 신청하지 않은 가입자까지 찾아서 돈을 주는 것은 법적·절차적으로 무리이며, 내부적으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고민 끝에 26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 권고안을 부결했다.
이사회는 "동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이사회는 다만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
납입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 예상치와 최저보증이율을 각각 곱해 매월 연금액을 예시했는데, 실제 지급액이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예시액보다 적은 경우 차액을 메워주겠다는 의미다.
즉, 원금이 아닌 운용자산 기준으로, 준비금을 떼고 봤을 때 최저보증이율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만 잘못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차액 환급이 적용될 가입자 수와 금액은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금이 아닌 순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또 준비금을 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당초 예상한 4천300억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금감원 요구가 지나치게 '소비자 위주'로 흘렀다고 보고, 법적 수용 범위를 넘어선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금감원은 다소 머쓱해졌다. 윤석헌 원장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힌 데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거듭 일괄구제 필요성을 강조한 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적으로 회의하고 있으며, 정확한 입장이 정해지면 말하겠다."면서도 "우리가 요구한 것보다는 많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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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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