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대행 "호주가 우리 국기 베꼈다" 발끈
CNN "뜬금없는 국기 모방 주장 배경에 이민자 홀대 감정"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에 대한 호주의 푸대접 정책으로 양국간 감정이 미묘한 상황에서 뉴질랜드 총리 대행이 호주가 자국의 국기를 베꼈다고 비난했다.
윈스턴 피터스 대행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방송 TVNZ에 출연해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국기가 호주로부터 모방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의 출산 휴가로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는 그는 "그들(호주)은 이제 국기를 바꾸고, 우리가 처음부터 그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국기는 일반인들이 얼핏 보기에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양국 국기는 모두 감색 바탕에 왼쪽 귀퉁이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있고, 남십자성이 그려져 있다.
차이점은 호주 국기의 별은 하얀색이지만 뉴질랜드 국기의 별은 붉은색이고, 별의 수는 뉴질랜드가 5각별이 4개, 호주는 7각별이 6개라는 점이다.
뉴질랜드 국기는 1902년 만들어졌고, 호주는 1901년부터 다양한 국기를 사용해오다 1954년 현재의 국기를 만들었다.
뉴질랜드는 2016년 3월 당시 존 키 총리 등이 국기의 유니언잭 문양이 식민시대를 상기시키는 데다 호주 국기와 너무 비슷하다는 등의 이유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국민투표를 했으나 57%대 43%로 기존 국기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적이 있다.
다소 뜬금없는 피터스 대행의 국기 모방 주장은 '태즈먼해(호주 남동부와 뉴질랜드 사이의 바다)에 묘한 감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그러한 감정은 지난달 호주 멜버른 당국이 이민 자격과 관련해 뉴질랜드 국적의 17세 소년을 성인들을 구금되는 장소에 가뒀고, 이에 대해 뉴질랜드에서는 "(호주는)우리와 이웃도 아니다"라며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호주는 2014년 이민법을 개정한 이래 외국 이주민 추방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년간 1천명의 뉴질랜드 국적민이 쫓겨나는 등 뉴질랜드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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