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 진기주 "연기하며 많이 울었어요"
종영 인터뷰…"빨리 차기작 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낙원이는 누구보다 상처가 가장 크지만, 오히려 남을 위로해주고 자신은 위로받지 못했어요. 낙원이는 씩씩한데 저는 계속 눈물이 나왔죠."
최근 종영한 MBC TV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의 길낙원은 첫사랑 윤나무의 아버지인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부모가 살해당한 인물이면서 자신의 사랑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단단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길낙원을 연기한 배우 진기주(29)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낙원이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면서 감정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낙원이는 피해자의 자녀라는 점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을 텐데 웃고 있는 모습을 나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배우라는 직업까지 선택했죠.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 제가 낙원이라면 매일 상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저는 낙원이를 존경하게 됐어요."
길낙원과 윤나무(극 중에서 채도진으로 개명)가 피해자의 딸, 가해자의 아들이라는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지켜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너무 슬픈 장면이 많아서 마음을 추슬러야 할 때가 많았어요. 도진이가 낙원이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워주면서 고개 숙이고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사과하는 정수리를 보니까 마음이 아프고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낙원이는 울지 않을 아이이기 때문에 울면 안 됐어요. 열심히 참고 촬영했죠."
때문에 진기주 본인은 실제로 낙원이와 같은 사랑은 못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나무와 낙원이는 너무 거대하다. 현실에 나무 같은 남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살인마 윤희재가 동시에 있다면 못 할 것 같다"며 "비현실적인 사랑이지만 납득이 돼서 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첫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은 아역 연기를 이어받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진기주는 "낙원이와 나무가 28살이 됐지만, 아직 16살에 갇혀있는 부분이 많았다. 16살 때의 말투, 감정, 행동이 묻어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는 아역들이 했던 신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윤나무 역 장기용은 실제로는 장난기가 많고, 사이코패스 살인마 윤희재를 맡은 허준호는 자상하다고 강조했다.
"기용이는 장난기가 많아서 처음부터 빨리 친해졌어요. 허준호 선배님은 평소엔 자상하고 젠틀하세요. '언젠가는 낙원이와 윤희재가 만나겠지' 했는데 15회 때 처음 만났죠. 촬영 끝나고 선배님이 '엄지 척' 하시며 "야 너 괜찮은 놈이다"고 하셨어요. (웃음)"
'이리와 안아줘'는 수목 드라마 중 동시간대 최약체로 평가받았지만, 꾸준히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과 겹치면서 결방이 이어져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진기주는 "마침 결방 직전이 시청률이 가장 높았을 때여서 아쉽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그 덕분에 촬영에는 여유가 생겼다. 잠도 많이 잤다"고 웃었다.
2014년 슈퍼모델 대회에서 올리비아로렌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진기주는 대기업 입사와 기자로 일한 경력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데뷔가 늦었지만, 올해 드라마 '미스티'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어서 직업을 계속 바꿨어요. 연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터 있었는데, 현실적인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죠. '미스티' 때는 기자로 잠깐 일한 경험이 도움됐죠. 데뷔가 늦어서 오디션 보러 다니면 나이로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슬럼프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정신적인 내공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웃음)"
'미스티'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점도 언급했다.
"그때는 자책을 많이 했고 밤에 잠도 잘 못 잘 정도였어요. 하지만 자책만 하면 발전이 없겠다 싶었어요. 그때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해서 무대 인사 다녔는데 영화 보러 온 팬들의 웃음소리와 환호성을 들으니 극복됐어요.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댓글이나 시청률을 찾아보지 않았죠."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다'는 진기주는 쉬지 않고, 역할을 가리지 않고 계속 작품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연기가 제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떠올리면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어떤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얘 이거 하네, 반갑네' 이런 생각을 해 주시고 채널을 돌리다가 제가 출연하는 게 있으면 멈춰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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