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이변…크리켓 스타가 이끄는 개혁야당 선두(종합)
42% 개표…임란 칸이 이끄는 PTI. 272석 중 112석 리드
기술적 문제로 개표 지연…여당 "부정 투표" vs 선관위 "외부 압력 없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중반 개표 결과 크리켓 스타 출신인 임란 칸(66) 총재가 이끄는 제2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가 여당과 제1야당을 누르고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일간 돈(DAWN)은 개표가 42%가량 진행 중인 가운데 PTI가 연방 하원 342석 가운데 여성 및 소수종교 할당의석을 제외한 272석 중 112석에서 리드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여당인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과 제1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은 65석과 43석으로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년간 파키스탄 민간 분야 정치권을 양분했던 PML-N, PPP 등 양당을 제치고 칸이 1996년 만든 PTI가 반부패 메시지를 앞세워 이변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PTI는 대변인인 파와드 차우드리가 트위터에 '파키스탄의 새로운 총리 임란 칸'을 언급하는 등 일찌감치 자축하는 분위기다. PTI 지지자들은 거리로 뛰쳐 나와 환호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애초 개표 윤곽은 26일 오전 2시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선거관리위원회는 "기술적인 문제로 최종 개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PML-N 측은 군부가 개표 감시 요원을 내쫓는 등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셰바즈 샤리프 PML-N 총재는 "오늘 그들이 저지른 일은 파키스탄을 30년 뒤로 후퇴시켰다"며 "우리는 선거 결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셰바즈 샤리프 총재는 지난 7월까지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나와즈 전 총리는 해외자산 은닉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상태다.
이에 선관위는 "(개표 지연에는) 어떤 음모나 외부 압력도 없다"고 "개표는 100%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다만, PTI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 수는 과반의석(137석)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PTI가 제1당이 되더라도 무소속이나 소수정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후 군부와 민간 정부가 팽팽한 견제 속에 정권을 주고 받아왔다. 전체 통치 기간 중 절반가량을 군부가 장악했다.
2008년 이후에는 문민정부가 2기 연속 5년 임기를 마쳤다.
이번 총선에서도 문민정부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파키스탄은 2013년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권 이양이 이뤄지게 됐다.
한편, 이번 총선은 대형 테러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투표 당일인 이날 오후 발루치스탄주(州) 주도 퀘타의 총선 투표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3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퀘타 인근에서는 지난 13일에도 선거 유세 도중 자폭 테러가 일어나 15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페샤와르에서 유세현장을 노린 폭탄 공격으로 2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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