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vs "독재국가"…'앙숙' 터키-이스라엘, '말의 전쟁'
이스라엘 '유대민족국가법' 놓고 설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의 '유대민족국가법'을 놓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집권당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최근 '유대민족국가법'을 채택한 이스라엘을 "파시스트" 국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작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히틀러의 아리아 인종에 대한 집착과 이 옛 영토가 오직 유대인을 위한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해석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세계를 엄청난 재앙으로 이끌었던 히틀러의 영혼이 이스라엘 지도자 일부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터키가 쿠르드 점령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과 2016년 실패한 쿠데타 이후 자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탄압을 거론하며 즉각 반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에르도안은 시리아인과 쿠르드인을 학살하고 있으며 자국민 수만명을 투옥했다"면서 "에르도안 치하의 터키는 암울한 독재국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이 나서 "인종차별주의와 점령, 이동 위에 건설된 시오니스트 인종차별 국가"의 총리는 "인권에 대해 우리 대통령에게 설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받아쳤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는 지난 19일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한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유대민족의 국가로 규정하고 유대인의 정착과 발전을 국가 이익으로 삼고 있다. 또 유대인 고유 언어 히브리어를 유일한 공식 언어로 명시하고, 아랍어는 공용어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아랍계를 비롯한 비 유대계 국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해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2010년 이스라엘의 터키 민간 구호선 공격으로 관계가 악화했다가 2016년 관계를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을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변자로 여기고 있다. 터키는 지난 5월에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시위 유혈진압에 강력히 반발하며 이에 대한 범이슬람권의 대응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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