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보조댐 사고 '전력수출 드라이브' 야심이 빚은 재앙(종합)
중국 등 동남아 유역국 댐 건설 경쟁 악영향도 우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다수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라오스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는 메콩 강 유역에 많은 수력발전소를 짓고 인근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는 라오스 정부의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계획에 내포된 위험 요인 중 일부가 현실화한 사례다.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국경을 맞댄 라오스는 동남아시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메콩 강에 다수의 댐을 짓고,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출한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실행해왔다.
특히 1993년 서쪽 국경을 맞댄 태국에 1천500 메가와트(㎿)의 전력을 수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라오스는 지금까지 모두 46개의 수력발전소를 지어 가동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산업이 낙후한 탓에 마땅한 수출 품목이 없는 라오스에 전력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가동 중인 46개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3분의 2가량이 수출되는데 이는 라오스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한다.
또 라오스는 오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라오스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의 2배 규모인 2만8천 메가와트로 늘어난다.
하지만 메콩 강 유역에 집중된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 강 물줄기를 막을 경우 예상되는 하류지역 농업과 내수면 어업 차질은 물론, 난개발에 따른 생태계 훼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또 전문가들은 댐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류 및 하류 지역 홍수 등 안전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해왔고, 건설 중이던 댐이 실제로 무너져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북부 씨앙쿠앙주(州)에서는 85%가량 건설된 15㎿급 남 아오 수력발전소가 무너지면서 하류 지역 농경지와 주택 등이 침수된 적이 있다.
또 2012년에는 메콩 강에서 진행되던 사야부리 댐 건설 프로젝트가 환경 훼손 및 침전물 발생 등 우려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가 폭우에 따른 범람인지 아니면 붕괴인지 논란이 한창이지만, 그동안 제기돼온 다양한 우려의 일부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국제 환경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의 마우린 해리스는 영국 BBC 방송에 "이번 세피안-세남노이 보조댐 사고는 라오스의 댐 건설과 관리 계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다른 댐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재앙' 측면에서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주목받는 건 비단 라오스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메콩 강은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해 중국과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까지 5개국을 가로지르며 약 4천500㎞를 흐른다. 하류의 6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는 메콩 강에 기반을 둔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메콩 강 유역국들은 강물을 막는 댐 건설 경쟁을 계속하고 있고, 이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특히 중국은 1995년 란찬 강(메콩 강 상류)에 첫 댐을 건설한 후 7개의 수력발전용 댐을 추가로 건설했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메콩 강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에 무려 41개의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동남아 4개국이 중심이 된 기존의 '메콩강유역위원회'(MRC)를 대체할 '란창(瀾滄) 강-메콩 강 협력회의'(LMC)를 설립하고, 지역에 막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메콩 강 주변국의 환심을 사려 노력해왔다.
댐이 들어서면 그 하류지역은 가뭄과 홍수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극심한 가뭄 때 하류인 베트남 곡창지대가 마르거나 우기에 상류지역 댐들의 일제 방류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 홍수가 나는 일도 빈번하다.
호주 로위 국제정책연구소의 밀튼 오스본 박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메콩 강 유역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댐 건설 계획의 장기적인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메콩 강 유역에 계획된 댐 건설 프로젝트는 120개에 달한다"며 "지난 4월 메콩강유역위원회가 3천 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어획량 급감 등 잿빛 전망을 내놓았음에도 댐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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