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주재 러 대사 "김정은 비핵화 결단…단기간에 이뤄질 수도"(종합)
"美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가 비핵화 중요 조건"
제재 완화 통한 비핵화 촉진 주장…"6자회담 재개 필요"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없애기로 근본적으로 결심했으며 그에 따라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들을 큰 진전으로 평가하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아주 중요한 행보다. 우리는 북한 지도자가 말하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나는 이것이 선전적 선언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국가 지도자의 진지한 성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핵실험장 파괴)은 국가 지도자의 근본적 결정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는 그 결정을 내린 뒤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이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신은 북한이 핵실험장의 기술적 역량을 잘 알고 이를 토대로 폐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핵실험장이 확실하게 폐기됐음을 검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확고한 만큼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은 아주 특수한 나라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모든 주민이 그것의 이행에 동원된다"면서 "이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기간에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비핵화를 위해 합당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면서 "그러한 조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미국이 비핵화 로드맵의 두 번째 부분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로드맵이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봤다.
첫 부분은 비핵화 과정이고 두 번째 부분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기대하는 것, 즉 적대 정책 포기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마체고라는 "우리는 바로 로드맵의 이 두 번째 부분을 아직 보지 못했으며 북한 친구들도 그것을 보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들이(북한이)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전에는(두 부분이 모두 이행되고 있다고 믿기 전에는) 이미 실행한 것 외에 어떤 새로운 구체적 행보도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들은 적지 않은 일을 했다. 핵실험장을 파괴했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했다. 미국도 화답으로 훈련 중단을 선언했다"면서 "현재로선 양측이 본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마체고라 대사의 주장은 대북제재 완화론으로 이어졌다.
그는 "제재 약화, 완화와 취소로 북한 친구들을 자극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것이 합당한 것이며 비핵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동료들은 이것(제재 완화)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식힐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 문제를 꼭 유엔 안보리에 제기해 함께 노력해야 하며 중국 동료들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 함께 제재완화가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국 동료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제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데탕트(화해)를 제안하도록 한 주요 자극이 아니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미사일 억제력 건설을 마무리했으며 이제 새로운 정책을 시작한다'고 아주 분명히 밝혔고 이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동북아의 평화·안보 체제 구축과 별개로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남북, 북미 등 양자 협상 형식을 종국적으로는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회담 형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이 지역의 평화 및 안보 유지 체제 구축 맥락을 벗어나서 검토할 수 없다. 한반도 핵 프로그램은 동북아 지역 평화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면서 "우리가 이 지역에서 풀어야 할 다른 복잡한 매듭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내 군사 동맹 문제, 대규모 군사훈련 문제, 외국군 주둔·군비 강화·국가 간 관계 정상화 문제 등을 풀어야 할 다른 매듭의 실례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회담 형식 확대는 누가 뭐라고 하든 결국은 이루어질 것이며 객관적 필수성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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