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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은 강제 이주민들…정확한 정보·열린 마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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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은 강제 이주민들…정확한 정보·열린 마음 필요"
앤드루 린드 IOM 아태사무소 긴급사태·사후위기 총괄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한 달여 간 우리 사회는 제주도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의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열기만큼 이들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난민 신청자는 잠재적 테러리스트'와 같은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혐오)가 대표적이다.
앤드루 린드 국제이주기구(IOM)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 긴급사태 및 사후위기 총괄(Regional Emergency and Post-crisis Specialist)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한국사회에 열린 마음과 포용의 자세를 주문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절망 속에서 한국을 찾은 예멘인들이 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 이주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드 총괄은 미국 예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지역경제개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긴급구호·이주 전문가이다. IOM 한국대표부와 한국 정부와의 회의 참석차 23일 방한했다.
1951년 설립된 IOM은 재난, 전쟁 등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이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99년 한국대표부가 문을 열었다.
다음은 린드 총괄과의 일문일답.

-- 직책이 생소하다. IOM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 현재 이란부터 피지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40개국 내 분쟁·재난 지역의 인도적 지원과 과도기 지원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 내 인도적 위기 상황, 위기 상황 이후 사회 회복과 안정화 단계에 개입한다고 볼 수 있다.

-- 최근 참가한 활동 중에 정치적 혼란, 인종 갈등, 종교 갈등으로 분쟁이 일어난 곳이 있나.
▲ 파푸아뉴기니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대립, 인종 갈등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자연재해의 경우 각종 대응을 통해 사회가 안정화되면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예멘, 시리아와 같이 분쟁이 멈추지 않는 지역의 난민과 이주자들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어 지속해서 인신매매, 질병 등의 위협에 노출된다.

-- 일부 한국인들은 현재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 난민의 대다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한 '경제적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난민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 예멘이 어떤 상황인지 안다면 지금 제주도에 도착한 난민 신청자들을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지난 3년간 예멘 내 인구 절반이 폭격과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났고 콜레라 발병으로 지난해에만 2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험난한 이주 과정을 견딘 사람들이다. 가질 수 없는 큰돈을 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기 힘든 매우 위험한 여정이다. 종교와 문화가 다른 한국까지 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절망적인 상태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단일 민족'을 강조해온 한국사회에서 이주, 난민 수용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방안이 있을까.
▲ 20년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를 봐라.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이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주자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주자의 유입을 먼저 경험한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편협한 것은 지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이주는 더 이상 누군가가 떠안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협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다.

-- 예멘 난민들에 대해 일부 한국인들은 그들의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난민들을 모두 '잠재적 테러 집단'으로 비난하고 있다.
▲ 모든 사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 종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통해 이러한 공포를 해소하는 것이 이주자 통합의 첫 번째 단계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이주자 수용국이자 해외로 많은 한국인을 보내는 송출국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열린 마음과 포용성을 강조하고 싶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잠재적 테러 집단이 아닌 폭격과 테러를 피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강제 이주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오해는 절망의 끝에서 겨우 한국에 찾아온 예멘인들을 다시 한 번 좌절하게 한다.
한국 정부는 난민이 무엇인지, 정부는 어떤 정책으로 이들을 수용할 계획인지 등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 이주정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 한국 정부의 국제 인도주의적 활동에 대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지난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인도적 지원 활동에 대한 이해가 매우 넓어졌고 지원 규모 또한 많이 증가했다. 해외 인도적 활동은 전 세계 다양한 기관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 지역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 조정 활동을 통한 효율적 지원이 필요하다. IOM은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해 매년 한국 정부와 인도적 지원 기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의 역량이 향상되고 인도적 지원 활동의 효과성도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sujin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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